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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Dear Tallinn... an epilogue 본문
2016/05/03 21:00
'삶의 여유를 찾아서'....'조금만 천천히 돌아가는 것도 괜찮아'.... '늘 무엇인가 답을 얻기위한 노력을 해야 할 필요는 없는거야'....이런 글귀를 적어가며 '느림의 미학'을 동경하고...'비움의 기쁨'을 지향한다는 나는.... 짧은 여행..... '무엇을 얻어 돌아왔는가?' '계획한 만큼 둘러보고 원하는 만큼 즐기고 돌아왔는가?' 자문한다. 자가당착에 빠지는 순간이다.
탈린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맛집 투어도 박물관, 유적지 투어도.... 탈린 관광 정보 지도에 동그라미 쳐 둔 명소도.... 둘러본 것이 없는 현실에 베비라쿠아씨 부부 기운이 빠진다.... 그리고 트집잡아 싸움을 건다.... 비는 주륵주륵 내리고... 에너지 방출 불가한 상황에 직면한 세레나의 짜증도 합세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래서 베비라쿠아씨 부부.... 미용관리(?)로 스트레스 날리기 선택한다. 베비라쿠아씨는 세레나를 데리고 숙소 근처, 쇼핑몰에서 이미 봐둔 미용실로 머리를 자르고 오겠다고 나가고..... 나는 호텔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페디큐어(발관리)를 받을 수 있는가를 문의했다. 출장 서비스를 부를 수 있고 30분 정도면 미용관리사가 도착할 수 있다는 직원의 말에 '콜~~~'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 북유럽 '미인여성'의 외모를 갖춘 율리아(Julia) 라는 이름의 미용관리사가 도착했다. 첫 만남 민낯 만큼이나 부끄러운 민 발을 보여야하는 어색한 상황에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지극히 상투적인 질문을 한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남편은 이탈리아 사람인데 남편의 일로 현재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고... 이제는 엔터키만 누르면 줄줄이 나오는 멘트로 답을 했다.
'한국 사람인 줄 알았어요. 우리 가족은 요새 한국 드라마에 빠져 살고 있어요. 한국 여행을 꼭 해 보고 싶어 계획하고 있지만 사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서 쉽지는 않아요....' 대화 물꼬를 터준 고마운 율리아를 그렇게 만.났.다.
그녀는 탈린 이주 가족 1.5세다. 소련시절 강제이주에 가까운 상황,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부모님은 그녀와 동생들을 데리고 에스토니아 탈린에 정착했다. 소련이 붕괴하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한 율리아 가족은 탈린에서 러시아인의 삶을 살고 있다. 소련이 붕괴된 후 여권문제가 가장 복잡한 문서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탈린에서 태어난 자신의 아이들은 에스토니아인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모두 누리고 있지만 자신의 남편 그리고 친정, 시댁 가족은 늘 그놈의 '통행증' 서류첨부 등의 '문서'와의 싸움을 하고 살아왔다고 한다.
자신은 에스토니아 사람으로 에스토니아어를 매우 잘 구사하고(타국사람(전 소비에트 연방국적)이 에스토니아 국적을 얻기 위해 보는 시험이 있다는데 그 중 에스토니아어 시험이 가장 어려운 과목이라고 했다), 에스토니아에서 돈을 벌며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살고 있지만 러시아의 전통과 문화를 잊지 않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자신의 고국은 러시아라는 말을 했다...... 어쩌면 매우 당연한 이 말이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자의던 타의던 자신이 나고 자란 고국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국적을 불문하고 비슷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민족주의 혹은 애국심이라는 어렵고 복잡한 단어로 표현되어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마음을 남겨 두고 있다는 것을 미련이나 애착이라는 단어로 폄하할 수도 없는 문제다......나는 내 가까운 민족 '고려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관심이 가고 있다. 그저 타인으로 아주 오래전 고려시대, 타국으로 이주한 옛 사람들의 후손들.....로만 간주했던 내 부족했던 역사공부를 러시아 땅 모스크바에서 녹을 먹고 있는 남편덕에.....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2시간 가량 율리아와 나눈 대화의 시간은 내 탈린 여행을 화려하고 감동적으로 마감해 줬다. 나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외모였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20~30대가 털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였다. 자세히 보니 눈가의 주름..... 작업 전 꺼내 든 돋보기 안경....그리고 손이 그녀의 어렴풋한 나이를 알려준다........ 패디큐어 실력은 사실.....형편 없었다..... 형편 없는 그녀의 실력의 이유가 궁금해 돌려 물었다....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오래 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지요?"
"사실 러시아어 교사로 지난 30년간 이 곳 탈린의 한 중학교에서 일했고 새 일거리 part time job으로 이 일은 시작한지 3개월 됐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그녀의 형편없던 패디큐어 실력을 지난 30년간 교사로 일한 경력때문일꺼야라는.... 비논리적 너그러움으로 살포시 덮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너무 재미있다고 좋아하는 그녀의 새로운 시작에 아량을 베풀줄 모르는 못난 고객으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에.....늘 내 마음을 하염없이 풀어지게 만드는 그 말....."당신은 내가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 입니다."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정말 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호텔 체크 아웃을 하던 다음 날 이른 아침, 호텔 직원에게 내 긴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청했다. "저는 한국사람 입니다. 어제 미용 관리사로 와준 분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좋게 봐주시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녀와 나눈 많은 이야기가 제 탈린 관광에 큰 추억으로 남았어요. 그녀에게 팁을 남길까 하다.... 제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이 먼 한국이 아닌 가까운 모스크바이기에 작은 먹거리 소포 하나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싶어요. 하지만 첫 대면에 그녀에게 집주소를 묻는 것이 실례일 것 같아....혹 호텔로 소포를 보내면 율리아에게 전달 해 줄 수 있습니까?"
"물론 입니다. 제 이름은 Siiri Elleste 입니다. 호텔 주소, 제 이름으로 보내 주시면 제가 율리아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오지랖 최고봉! 대한민국 외교부에 '올 해의 민간 외교관' 표창장 하나 달라고 편지 써야 한다....
아직 부치지 못한 소포는 우리집 거실 선반 위에 잘 모셔 두었다. 블로그에 글 올리는 계기로 이제 빼도 박도 못하니 어서 우체국으로 가야겠다.
탈린 여행에서 우연하게 만난 율리아..... 그녀의 이야기....... 내 탈린 여행의 가장 큰 '얻음'
탈린 여행 중 해보지 못한 것 중 가장 아쉬운 것..... 구시가지 한 구석편.....잘 보존되어진 중세시대 건물이 사방에 둘러싸인 곳에 위치한 스케이트장을 이용하지 못한 것이다... 스케이트를 타던 못타던.... 해 떨어진 저녁..... 음악소리(다행히 클럽음악 아니였다) 울려퍼지는 이 환.상.적.인 장소에서 타는 스케이트.... 당신은 꼭 해보시라고 추.천.한.다.
Good bye Tall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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