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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번째 장

벨라줌마 2018. 12. 8. 20:00

2018/01/15 17:43

 

나는....... 나는 종군기자가 되는 것이 어린날의 꿈이었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씁쓸해지려........ 혹은 능력미달이었던 스스로를 자책하려........ 아주 혹은...... 아직은 젊은(?) 내가, 나도 그때 그런 시절이 있었지의 만감이 교차한다는..... 회상에 잠긴다는.... 혼꾸멍날 소리를 하려는 것은 정녕코 아니다........

중학교 1학년, 13살의 어린 나이에.... 이름도 생소했던 '종군기자'라는 직업에 심장이 터질듯한 전율을 느끼게 만들었던...... 그 멋있고도 멋있었던 이진숙 기자, 그녀의 이야기를 그저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엔 알수없는 허탈감이...... 몰려오는 지금의 내 감정을 하소연하려 함인 듯 하다.

전형적으로 보수주의를 지향했던(지금도 그러시리라 한치의 의심도 없다) 우리 아빠..... 그래도 우리집 저녁 9시 뉴스 채널은 MBC였다. 언니와 오빠에게는 어렵고도 어렵기만 했던 아버지셨지만.... 나에게는 운이 좋게도(?) 그저 한없이 어린, 애교덩어리 막내딸의 자상했던 아빠셨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뉴스 채널에 시선고정, 가족 구성원 그 누구와도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신 적 없던 아빠, 그의 다리를 베게삼아 누워 재미 드럽게 없던(?) 뉴스 시청을 함께한 이가 바로 나, 그의 막내딸 이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소련이 무너지고, 걸프전이 터지는 등 그 당시 뉴스의 해외기사 전달은 속보 중에 속보, 메인 중에 메인의 기사감들 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빠 무릎에 누워 9시 저녁 뉴스를 시청했던 11살, 그때의 나에게는 세계 역사, 국내 사회 전반의 사건 사고라는 어마무시한 주제와는 무관한......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생김새의 외형을 갖은 저 먼나라의 '사람들' 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최초의 시기가 아니였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초의 한국 여성 종군 특파원.......... 나에게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만든 단어였다. 그리고 그 타이틀을 당당하게 거머쥔 이가 이진숙 기자였다.

2015년 3월, 대전 MBC의 사장이 된 그녀........ 그리고..... 2018년 1월...... 대전 MBC 정상화를 바랐던 구성원들의 입을 통해 '만시지탄' '퇴출 환영'를 듣는다. 세상사가 내 맘 같지 않은건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세상의 많은 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인가보다......

젊은 날의 그녀의 행보를 그녀의 현재 모습만으로 그저 깡그리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녀에게도 그녀 나름에 이야기가 분명 있을 것이라...... 최소한의 예의를 보이고 싶다. 그건 그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의 연민의 마음이 아니라....... 어리고 어린 '나'라는 나무에게 한때는 물과 해의 역할을 해주었던 롤모델..... 그녀에게 '나의 롤모델'이라는 그 소중한 타이틀을 내어준 내 어렸던 그 어여쁜 마음에게...... 너무 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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