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ta è bella

5월의 일상 in Minsk 2 본문

Life/Belarus

5월의 일상 in Minsk 2

벨라줌마 2021. 5. 20. 17:40

언어 습득에 가장 중요한 기초는 문화의 이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전문적 지식을 전달하는 도구로써 언어의 통역이나 번역뿐만이 아닌 생활의 언어 역시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기초적 문화나 역사를 배제한 학습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러시아어를 배우는 것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서 온다. 한해 한해 느려지는 뇌 사용량, 그에 비례하여 두배 세배 이상 노력해야 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나의 게으름에 대한 변명이라는 것...... 부정하지 못한다. 두어 달 전, 세레나의 학교에서 올해 1, 2학년이 이해하고 암기해야 하는 단어 50개가 빼곡히 적혀있는 프린트 물을 받았다. 참고로 3, 4학년은 100 단어 이다. 받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지다 못해 그저 검어졌다. 그래도 첫 장은 시간과 공을 들여 번역(?)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뒷장으로 넘기자마자 '포기'! 학교에 SOS를 청했다.

나는 이 단어들을 한국어로도 이탈리아어로도 세레나에게 설명이 불가 합니다. 도와주세요.......

웃음 이모콘티와 함께 걱정말아요 신디! 의 답장을 받고........ 선생님들 사랑합니다!로 답변했다.

젠장...... 애교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내 이름은 학. 부. 모 이다. 

프린트물에서 볼 수 있듯 첫 두 단어는 체스 용어이다. 우리 말에 바둑이나 불교 용어가 문화적, 사회적으로 이용되는 것처럼, 러시아어 문화권에서도 체스나 전쟁 용어가 실생활에 녹아들어 사용되고 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역사와 문화를 배운다는 공식이 이제 우리의 머릿속에 수반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선다.  오늘과 다음 주 수요일, 학교에서 이 단어를 기초로 단어 설명하기 대회가 열린다는 학교 공지사항을 전달받았다. 나는 세레나에게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두렴!'이라고 참으로 무책임한 조언을 했다. 애석하게도 무식한 엄마를 둔 아이의 운명이니........ 대회에 참여하는 아이에게 아침 인사로 'God bless you' 라며 짐짓 해탈한 종교인의 자세를 보인 나를 보며 아침부터 헛웃음이 나왔다. 베비라쿠아씨에게는 '인샬라'라는 답을 꽤 자주 한다. 속사정이야 어쩔지언정...... 무덤덤한 척하려 애쓰는 아수라 백작 아내를 둔 남자의 운명이다. 종교적 의미를 수반한 관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는..... 해탈한 종교인을 염모하나보다.

이번 주 모스크바의 날씨가 심상치 않다는 친구들의 메세지와 사진을 받아 보았다. 모스크바 5월, 여름이 벌써 왔네! 민스크는 그냥 겨울! 비는 또 왜 이리 퍼붓는지..... 바람은 또 왜 이리 부는지....... 민스크 친구들은 이 이상기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이건 민스크의 5월이 아니라고 화내듯 부정하는 이들이 대다수야........ 모스크바 갑자기 더워져 그것도 걱정이네...... 너도 애들도 물 많이 마셔야 해......... 보낸 메시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내가 민스크에 오기전, 오랜 시간 많은 것을 공유했던 내 일상이..... 한국도 이탈리아도 아닌...... 모스크바였음이 진실로 실감이 난다. 그렇게 언어는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 그 소소한 일상이 중요한 요인으로 수반된다. 

외출 전, 겨울 외투와 봄 잠바 사이에서 심오한 고뇌에 빠지고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혼잣말을 중얼대다가 만난 민스크 친구들에게 날씨 왜 이따위냐고..... 하소연하는 나는....... 민스크의 일상을 언어로 수반한 오늘을 보내고 있다.  

'Life > Belar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Nyasvizh, Belarus  (6) 2021.10.11
code 7700  (2) 2021.05.25
5월의 일상 in Minsk  (0) 2021.05.20
Brest Railway open-air Museum 2  (4) 2021.03.31
Brest Railway open-air Museum  (0) 202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