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Belarus2020. 3. 25. 16:11

행복하다는 느낌의 벅차 오르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이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감정에 충실해지는 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내 삶을 지탱하는 튼튼한 지반을 쌓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재. 산. 이 된다.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 믿고 싶지만..... 노을이 내리는 하늘을 보고 있는 시간....... 보온 귀마개를 방음 삼아 요란한 소리를 내는 청소기를 돌리는 내 아이를 보고 있는 시간...... 그리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귀한 인연들과의 마음 나눔의 순간은 나를.....

수퍼 울트라 감성주의를 품는 이. 상. 주. 의. 자로 만든다.

데비와의 인연은 영국 유학길에 오른 그 첫날, 아니 이미 입학 제출서류를 이메일로 보내며 시작되었다. 입학코자 했던 학교의 국제학생관리부서 책임 비서로 일하던 그녀가 잘 알지 못했던 나라, 그저 멀고 먼 나라였던 한국에서 입학과정을 물어오던 내게 조금 과할 정도로 친절했던 이유는.......... 태. 권. 도. 라는 매개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했던 데비는 이미 태권도 유단자였고 여러 개인의 사정들로 살고 있던 고향 도시의 한 (우리)대학의 행정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준비하던...... 그녀도 그때는 그저 청춘이었다.

우리의 인연이 벌써 19년이 흘렀다. 지금은 우리의 인연의 도시를 떠나 다른 도시에 터를 잡아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 그녀는 내가 다시 한국을 떠난 2009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내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 살던 생일 카드와 크리스마드 카드를 보내온다. 19년의 시간...... 우리는 그 시간에서의 상처들, 그 시간에서의 행복들을 모두 공유했다. 그래서일까...... 나를 부르는 수많은 호칭 혹은 이름에 가끔 나는 대체 누구일까?.... 라는 어찌보면 바보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내뱉기도 하지만........ 내 한국어 본명도, 내 영어 이름도 그리고 이제는 Mrs, Bevilacqua라는 호칭도 그녀가 불러주니.......... 이 모든 이름이 진정 내가 맞다는 확신이 든다.

혼란의 시간은 그녀가 살고 있는 땅, 내 청춘의 시간의 동경으로 가득찼던 이상적인 국가...... 영국에도 도착했다. 나는 지난 10년간 오래된 아침 기상의 습관으로 BBC 클래식 라디오를 켠다. 음악도 그렇지만 BBC 클래식 FM 라디오 아침방송은 자국내 뉴스와 국제 뉴스를 고르게 분배한 소식을 전해준다. 계속하여 중국과 한국, 이탈리아, 이란 땅의 혼란의 시간에 대해 전하던 뉴스가 이젠 자국의 혼란 상황을 집중적으로 전한다.

지난 주, 나와 베비라쿠아씨의 고국 땅에 살고 있는 양가 가족, 친구들에 대해 한참을 걱정하던 그녀에게 메세지가 도착하여 모두 괜찮다는 답문을 보냈는데........ 이번 주..... 한참을 걱정하던 내가..... 이번에는 그녀의 안부를 묻는다. 걱정의 안부를 묻는 것이 망설여지는 우리는...... 19년차..... 국적다른..... 벗이다.  그래도 우리의 끝맺음 수다는 "(가까운)영국에서 보낸 편지가 1달만에 도착했군......음...... 우체국에서 뜯고 확인하고 다시 봉합한 흔적이 자명하게 보이는데....... 우리가 혹시 스파이인줄 아나?" 라며 농으로 마무리를 진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서로의 엄마들께 안부를 전한다. 우리는 서로의 엄마들께 밥을 얻어 먹고, 위로를 받고, 사랑의 눈길을 받은..... 그 청준의 시간을 소중히 간직한..... 국적 다른 엄마지만 파란 눈과 검은 눈을 갖은 엄마지만 그저 서로의 엄마에게 그저 엄마라 부를 수 있는 국적은 다르지만..... 가. 족. 이. 다.  

벨라루스 민스크 우체국을 통해...... 지구 곳곳에 살고 있는 내 소중한 인연들이 손글씨로 전하는 마음이 도착한다.

나는 벨라루스 우체국이 참으로 좋. 다.  

'БЕЛПОШТА' 로고도 글씨체도 색깔도 그저 모든 것이 좋. 다.

'Life > Belaru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동네  (4) 2020.04.25
제 21대 국회의원 재외선거 in 민스크  (4) 2020.04.05
Белпочта 2  (8) 2020.03.25
Белпочта  (2) 2020.01.25
전초전  (0) 2019.12.30
дед-мороз & Снегурочка  (4) 2019.12.21
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어제 벨라루스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건강하신 듯해서 다행입니다. 부디 모두 무탈하시길 fingers crossed xx

    2020.04.01 16: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벨라루스도 감염자 수의 확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도시 면적에 비해 인구 밀도 수가 낮고 유동 인구가 많지 않으니 감염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아 보입니다. 국가 사정이 투명하다고만은 볼 수 없으니....... 진짜 속 사정이야 어찌 되어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지구 어디도 그저 안심하며 '우린 괜찮아'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진정 없어보여요...... 진정 글로벌한 시대구나.... 새삼 몸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잘 버텼다..... 매일 잠들기 전....감사 기도 하고 있어요......
      알퐁님댁 모든 소중한 인연께도 '무탈'의 감사함이 항상 지속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우리 힘내요!!!! cheer up!!!!!

      2020.04.06 04:04 신고 [ ADDR : EDIT/ DEL ]
  2. 앗, 세레나 양이 악어의 목을 조르고 있군요!
    세레나양의 청소기 퍼포먼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 영화에 보면 청소기 돌리는 것을 악어 목조르기 라고도 한다고 나오거든요. ㅎㅎ

    2020.04.03 04: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하하하하 '악어 목조르기' 매우 참신한 표현인데요? 말씀을 듣자니 영화 제목이 궁금해 집니다 ^^
      아이의 일상, 그 속에서 보여지는 행동, 말..... 제게 참 많은 물음과 답을 주는 감사한 시간이에요. 욕심내지 말고 현시간, 이 배움의 시간에 감사하자 스스로를 독려하는 시간이 참.... 많습니다.
      뒤로 넘어 갈 듯 웃게 만드는 시간, 코끝 찡해지게 감동주는 시간은 그 어떤 코메디언 혹은 철학자(?) 보다도 웃기고 깨달음 주니 고품격(?) 엔터테이너 역할을 톡톡히 해내어 줍니다.
      어린 딸래미 청소기 퍼포먼스 하나에 참으로 많은 의미 부여하는 푼수데기 고슴도치 엄마지요? ㅎㅎㅎㅎㅎㅎㅎ

      2020.04.06 04:14 신고 [ ADDR : EDIT/ DEL ]
  3. 천국보다 낯선 이라는 영화에요.

    2020.04.12 00: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목이 낯설지 않아 찾아보니..... 저도 아는 영화라서 반갑네요(2000년 이 전 영화는 그래도 많이 보며 살았던 지라 ㅎㅎㅎㅎㅎㅎㅎ)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저도 아주 예전에 본 기억이 나요...... 이 영화 안에 악어 목조르기 퍼포먼스가 있군요..... 오랜만에 저도 다시 한 번 찾아 보기 해보렵니다 ^^
      저도 아주 아주 오래전 ㅎㅎㅎ 고 2-3학년때, 대학 1-2학년때 학교 공부는 접어두고 책과 영화에만 빠져 있던 시간이 있었는데...... 영원한 휴가님 블로그 둘러볼때면 그때의 제 시간이 생각나서 혼자 뭉클 뭉클 해지고는 합니다.... ^^

      2020.04.18 15:22 신고 [ ADDR : EDIT/ DEL ]
  4. 우편물(소포 역시)을 뜯어 보고 다시 밀봉해 전해 주는 친절함, 그 역시 아랍 살 때 겪어 본 일입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아주 많이 말이지요. 까맣게 잊었던 옛 일 생각 나게 하는 군요.
    그러려니 해야지 어쩌겠어요...

    스크롤 다운 하다 익숙한 그림이 눈에 들어와 깜놀했어요. 시간이야 오래 걸렸지만서도, 작은 무언가가
    이쪽 끝에서 그쪽 끝으로 안전하게 이동해 벨라줌마의 손끝에 닿았다는 것, 그걸 상상하니 행복하네요.

    2020.04.14 12: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 민스크의 삶이 왈리님 아랍 거주 시기 향수(?)를 불러 일으킴이 분병해 보입니다 ^^
      그려려니 합니다 ㅎㅎㅎ 이것도 지나보면 다 추억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테니요.

      너무 잘 도착해서 행복했습니다 ^^ 우편함을 열었을때, 먼 그곳에서 먼 이곳까지........ 귀하게 잘 도착해준 엽서, 편지를 보면 정말...... 너무 행복해 눈물까지 찔끔....... 저 너무 외롭게 사는 인생인가요? ^^

      2020.04.18 15:2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