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Белпочта

벨라줌마 2020. 1. 25. 06:15

Белпочта/ Belpost / 벨라루스 우체국

러시아어 단어 포치따 (почта)는 우체국이다. 러시아어 키릴문자를 눈에 익히기 시작했던 아제르바이잔 바쿠 거주 시절, 가장 먼저 머리에 입력한 그림문자(?)는 'почта' 였다. 그걸 포. 치. 따. 라 당당하게(?) 소리내어 부르기 시작한건 겨우 2-3년 전, 매일이다시피 지나치던 모스크바 집 근처, 우체국 앞을 지나면서다. 눈에 익히고, 한 자 한 자 알파벳을 조합한 단어를 눈으로 읽어 마침내 입을 열어 소리로 내기까지..... 내가 이 포치타에 알 수 없는 집착(?)과 정성을 보이는 이유......난 우체국에 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바쿠 거주 시절, 집근처 우체국에 자주 드른 이유는 가족 혹은 친구, 지인들이 보내오는 소포를 받기 위해서였다. 아제르바이잔도, 러시아도 그리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벨라루스도 소포가 도착하면 찾으러 직접 우체국으로 가야한다. 아제르바이잔 거주 시절, 우체국에 소포를 받으러 가는 일과 손편지를 쓰고 정성가득 아제르바이잔 우표를 붙여 그리운 사람들에게 부치는 일은...... 귀찮음 혹은 정신없음 이라는 이 서운한 단어를 꺼내지 않아도 되는 그저 일상이었다. 그러나 내 소중한 똥강아지 세레나의 유아기 시간은 이 소소하지만 행복했던 일상의 발걸음을 '정신없음, 우체국 갈 힘도 없음, 귀찮음'으로 강제 마침표를 찍게했다. 그리하여 "꽤 좋아하는 장소"와의 거리감은 의도치 않게 생기게 되었고 지난 6년간의 내 모스크바의 삶은 '우체국=가고싶지만 갈 일 없는 곳'이 되었었다. 

민스크 중앙 우체국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 들려 볼 만한 자태를 품고 있다. 민스크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방문(?)하여 관광(?)한 곳은 민스크 중앙 우체국이다. 지난 8월, 시내 중심에 위치한 웅장한 외부 건물과 생경한 내부 시설을 겸비한 중앙 우체국을 돌아보며 그리운 이들에게 내년 2020년 연하장을 꼭 보내야겠다 다짐을 한 기억이 난다.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시간은 내 다짐을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도 지키지 못한 약속이 아니라 많이 늦어졌지만 그래도 지켜진 약속이라도 되기 위해....... 오늘 짬을 내어 집 근처 동네 우체국에 들렸다. 운이 좋지 못했다. 타이밍이 영 아니였다. 벨라루스는 매달 24일을 기준으로 공과금 수납을 하지 못하면 연체금을 내야한다. 공과금 수납은 우체국에서 이루어지고 나는 하필 공과금 수납 마지막 날인 24일에 우체국을 갔으니........ 많은 인파들 속에 기다리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모두가 피곤하여 날선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현장 속 나는 '외국으로 한(산)더미의 엽서를 보내는 외국인 1인'이 되어 있었다. 1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이상한 경험을 했다. 나는 그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러시어어 공부와 벨라루스 문화 체험'를 하고 있었던 게다....... 나는 화를 내는 사람들의 항의, 불만의 이유를 매우 신중히 들으며 무슨 내용인가 이해하려 애쓰고, 대기 순번표 알림벨이 울리며 자동 응답기 속 차례 번호, (몇번) 창구로 오라는 내용이 들리면 그걸 듣고 따라 말하기 학습을 하고 있었다. 창구별로 열고 닫는 시간이 다 다른, 창구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쉬는 시간 알림표를 찬찬히 읽다 (크게)헛웃음을 치기도, 이 나라 여기든 저 나라 어디든 대기 순번표 뽑는 것에 서투른 어르신들이 대체 이런 기계를 왜 여기다 갖다 놨냐 호통치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공감 아닌 공감의 고개 끄덕임을 크게 표현하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완벽하게 머리에 꽃꽂은 이상한 외국인 여자였으리......... 

그걸 즐기고 있는 나는 러시아어 공부에 나름(?) 매진 중이며 벨라루스 문화와 역사에 큰 관심을 갖고 알아가려 애쓰는 현재 직업: 학. 생. 이다. 뿌듯함과는 반비례하게도 내 버벅대는 러시아어는 엽서를 보내는 일조차 수월하지 않지만....... 시도했다! 잘했다! 결론은 어쨌든 엽서를 잘 보냈으니 오늘의 임무는 성공이다! 스스로를 기특해 하며 우체국 대기 번호표를 추억의 증거물로 간직하고자 챙겨오는 수고까지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웃음이 났다. 아..... 나...... 살만 하구나..... 이런 소소한 일상을 기억의 저장고에 넣겠다는 여유도 생기고 있구나.....하는 안도의 웃음...... 일 것이다.

나는 여전히 미적응 상태다. 생경한 새 터전의 많은 것들이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편지 봉투에 찍혀 있는 벨라루스 인장 마져도 한참을 들여다 보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든 꼭 있는 버스 정류소와 우체국.

하지만 그 나라 고유의 분위기를 조심스레 드러내는 버스 정류소와 우체국.

나는 낡았지만 단정한 민스크 외각의 버스 정류소에서, 우리 동네 우체국에서 벨라루스를 만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음력 설' 명절이 외국에서는 중국인들의 새해( Chinese New Year)라는 이름으로 인식 되어 있다. 중국뿐만이 아닌 한국, 몽골, 싱가포르, 대만 등의 나라도 음력 설을 쇠기에 Chinese New Year 대신 Lunar New Year 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그것을 그리 깊이 생각하여 존중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이 더 이상 서운할 일도, 발끈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흘러가는 시간은 내게 여유의 공간을 내어 주는가 보다.

러시아에서도 벨라루스에서도 Happy Chinese New Year!의 인사말을 건내는 친구들이 많다. 

2020년 1월 25일, 이 인사말을 당신께도 전한다. 키따이스끼 노브이 고드! 스 룬늬임 노브임 고담!

Китайский Новый год(Chinese New Year) 

 C Лунным новым годом(Happy Lunar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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