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타인이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타인이 타지에 정착하여 익숙해지는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이 필요한 시간들이 숫자로 정확하게 계산되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을 일도, 상처를 줄 일도 생기지 않게 될까.....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낯설게, 마치 처음 겪는 일처럼 불편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솔직히 너무 많이 있다..... 그래서 난 내안의 불안과 걱정을 다독이는 방법을 찾기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노력을 해도 해결은 늘 내맘같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그저 젠장을 외쳐댈뿐 다른 방도가 없다.

 

나는 그래도 여러 해를 넘기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착각이라도 하며 사는 그놈의 '어른' 이지만...... 젠장이라도 외쳐댈 수 있는 성인이지만.......세레나는 그놈의 '어른'이 아닌 '어린이'이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들먹여 '어린이'와 '어른'을 구분하는 무식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조금 더 산 어른이 조금 덜 산 아이를 돌보는 것이 삶의 이치이니.... 매 번 이렇게 다른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아이러니 하게도 요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매 순간 내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어내놓아 버리는 나를 다독이는건.... 그런 나를 더 안쓰러워 하는건 세레나이다.  갑작스럽게 해를 가리는 가을 소낙비가 내린 후 선명하게 뜨는 무지개를 보며 '한국에 가고 싶어.... 엄마가 보고싶어.......김치찌게가 먹고싶어'를 주절거리며 길바닥에 서 흐느끼듯 소리내어 울고 있는 나를 다독이는 것도, 내 원초적 입장에서 막돼먹은 이라 지정되어진 상대에게 불같이 아니 미친년 같이 화를 내고 후회하듯 한숨 내쉬고 있는 나에게 슬그머니 조막만한 손을 내밀어주는 것도.........만 7세를 한 달 앞둔 내 딸아이 세레나 이다.  

새 터전, 아이의 방을 정리하다 잘 보관하려 넣어 두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 사진 편지가 나왔다. 한 참을 들여다 보며.... 4년 전 아이가 처음 한국에 갔을때 어린이집 시간제 보육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감사했던 시간의 기억을 떠올린다. 하교 후 집에 돌아온 세레나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며 ' 기억나?' 라고 물으니...... '아니!' 기억 안나는데?' 대답이 돌아온다. 조금 허무해진다. 매우 당연한 상황이 허무한 내가 우습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유년기의 시간이 행복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또렷해지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을때 상처받고 아픈 기억이 또렷해지는 시간이 훅하고 불어때, 그 가물가물했던 유년기의 기억이 치료제로 쓰이기 때문이라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치료제가 아닌 부작용으로.... 가중된 상처가 되지 않도록.... 나는심으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기를 희망한다.

나는 아이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간이 많다. 누군가는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도 한다. 결국 나중에는, 세상 모든 잘못을 그저 엄마의 탓으로 돌릴 수 있기때문이라고.... 일리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그냥 전자를 택한다. 후에 많은 잘못들에 대한 탓을 찾는 아이가 되어 그 화살이 모두 내 가슴에 꽃히게 될지라도...... 현재 내가 한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용서받지 못하는 비겁한 어른이 되는 것이 더 싫은 이유다.

세레나는 2019년 9월 2일 진정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되었다. 지난 해, 모스크바에서 초등학교 입학을 한 것은 사실이나 1학년 교실이 아닌 초등입학 준비반 정도의 해석이 가능한 교실에 배정 되었다. 모스크바에서 1년 간의 입학과정을 잘 소화한 아이는 민스크로 이동하여 큰 문제없이, 큰 무리없이 1학년에 입학 하였다. 입학 전, 찾아간 학교에 우리의 상황, 세레나의 상황을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았다. 내 아무리 아이의 러시아어 구사력, 학업 집중력, 성취도에 대하여 떠들어댄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였다. 학교 생활 한 두달 후면 나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아이의 상황을 파악할 전문 교사들이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지난 한 달간 매우 초초한 하루 하루를 보냈다. 초초한 본심을 숨기려하니 내안의 공격적 성향이 영역 활동을 크게 한다. 미. 칠. 지. 경. 이다. 나는 세레나의 엄마지만 아이가 속한 사회에서 아이가 보이는 행동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삼는 이들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그리고 신뢰한다. 감사하게도 나는 세레나의 담임 선생님과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좋다. 내 초초한 마음을 읽어 주는 듯한 따뜻한 그들의 눈빛. 불안감을 감추는 음성의 '오늘 세레나는 다 괜찮았나요?"를 묻고 있는 내게 솔직하지만 위안주는 답을 해주는 그들이 참..... 좋고 감사하다.

이탈리아 국적의 아빠와 한국 국적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세레나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아기와 초등입학 준비과정을 마치고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초등학교를 간다. 큰 문제가 없는 한 베비라쿠아씨의 민스크 일꾼 계약서는 최소 4년에서 최대 6년간 유효하다.

에따 라시아 (Это Россия. = This is Russia.) 를 외치던 세레나는, 야 루블류 벨라루시! (Я люблю Беларусь! = I love Belarus!)를 외친다. 내가 중심을 잡기 어려운...... 그렇지만 왜그런지 모르겠는......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Я люблю Беларусь! ( I love Belarus!)

타지의 타인이 현지의 타인과 평화로이 어울어지는 방법.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젠장을 외쳐대지만.... 7살 딸아이 앞에서 엄마가 보고 싶다 울고 있는, 철딱서니 없는 초라한 인간이지만...... 힘껏 그 어려운 방법을 찾기위해 계속 노. 력. 하. 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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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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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마가 애쓰고 힘들어 한 결과로 세레나가 학교 생활 잘 하는 것 아닐까 싶네요.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는 얘기에, 까맣게 잊고 있던 제 아랍에 살던 때가 생각이 나요. 먹고 싶은 것들을 구하기 위해 이리 저리 다니며 애 많이 쓰던 시절이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네요!

    2019.10.14 00: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애를 쓰며 사는 것이 어찌보면 누구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오롯이 주체자로서의 나를 위한 삶을 연명하기 위해 택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결과물로 큰 탈이 나지않는 시간 속에 저도 아이도 남편도 있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니..... 저의 끝나지 않는 여고생 감성을 어찌해야 할까요 ^^

      한국 음식도 한국 미용실도 한국 친구도 없지만 창밖 풍경이, 제가 걸음을 옮기는 일상의 풍경이 저리하니...... 불만은 접어야 하겠지요 ^^
      블로그로 매일 안부 묻던 시간 속 왈리님의 아랍에서의 삶이 저도 마구마구 생각 나네요 ^^

      2019.10.20 15:2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