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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e/Gorgonzola + Kimchi

Vitamin D

벨라줌마 2020. 2. 2. 06:07

#1: 년에 한 번은 건강 검진의 기초가 되는 피검사를 한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살고 있지만 이탈리아 시댁 마을 치비달레 주민으로 산 시간이 10년이 넘어 간다. 치비달레 시민으로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은 가족 주치의 아래 관리 되는 내 건강 검진 누적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임신 기간을 시작으로 내 건강 검진 기록부도 베비라쿠아씨 가족 기록부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지난 여름 시댁에 들렸을때 몸의 피로함이 기존 보유치보다 높음을 체감한지라 주치의께 상의 하니 일단 피검사를 해보자 하여 검사를 했다. 건강 이상 없음이기는 하나 비타민 D의 수치가 낮은 듯 하여 걱정이 된다는 소견을 주셨다. 여름 휴가에 집에 드른 내 시누 스테파냐도 비타민 D 수치부족으로 처방된 비타민을 받아갔다. 영국과 러시아&벨라루스에 살고 있는 딸과 며느리에게 동시에 처방된 비타민 D, 우리 시부모님께는 '그 망할놈의 비타민 D'로 불리는 불운에 처하게 된 웃지 못할 일이 되었다. 햇볕을 쬐지 못하는 것이 이해 될 수 없는 이탈리아인들에게 비타민 D를 처방받은 두 여인네들은 불쌍하고 안타까워 마음까지 아픈 자식들. 그저 불효자들이다.

사실 비타민 D와의 인연은 세레나가 태어나면서 부터였다. 5개월차 시댁마을을 떠나 모스크바로 향하는 아이에게 주어진 의약품은 비타민D였다. 세레나의 주치의 선생님은 내게 세레나가 만 3세가 될때까지는 절대적으로 복용을 시켜야 함을 크게 강조하셨었다. 

다음 백과에 설명된 비타민 D를 살펴보니: 우리 몸의 뼈가 튼튼하게 유지되게 하는 칼슘 대사에 필수 영양소 중의 하나. 비타민 D는 태양광선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음식물로 섭취하는 것 보다 하루에 일정 시간 태양광선을 쬐는 것이 결핍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비타민 D는 D1,D2,D3의 3종류가 있지만 사람에게는 D2와 D3만 존재한다. D2는 주로 식물에 의해서 합성되고, D3는 자외선에 노출되었을 때 피부에서 만들어진다.

이쯤되니 내 처방약이 왜 비타민 D3인지 짐작은 되고도 남음이다. 나는 4개월간, 15일에 한 번, 이 약을 복용해야한다. 1월부터 4월까지 민스크도..... 모스크바와 크게 다를 것 없이 해를 만나는 날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는 현지 친구들의 정보(?)에 고개가 저절로 푹 하니 숙여진다. 그래도 세레나 덕분에 익숙해진 브랜드(?)의 의약품인지라 약 거부반응이 꽤나 심한 내 시각을 안정시킨다.  

#2: 한 두어 달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세레나가 제 방에 숨겨두었던 사탕인지 초콜렛인지를 베비라쿠아씨가 몰래 훔쳐 먹었던 것이 들켰던 날로 기억된다. 화가 난 세레나가 방으로 들어가 무엇인지 끄적끄적 데더니 방문에 붙여 놓았다. 정말이지...... 한참을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의 방 문을 닫는 일이 거의 없는 이유가 있었기도 하지만 저 귀여운 메모를 차마(?) 떼어 버릴 수 없어 꽤 오랜 시간, 그저 방 문의 원래 그리 만들어진 디자인인 것 마냥 붙여 놓았었다. 오늘 아침 사진으로 남겨야 겠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 후에도 한참을 문 앞에서 한참을 웃었다. 우스운 소리겠지만 내겐...... 아이의 이 작은 행동이...... 그저 비타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진심으로 다언어를 구사하는 아이가 마냥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겸손을 가장한 잘난척이라 들려도 어쩔 수는 없지만 가끔.... 아이의 다언어 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과 마주할때면 나는 말을 아낀다. 세레나는 엄마와는 무조건 한국어를 아빠와는 무조건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 세레나는 엄마가 이탈리아어를 구사함을 인지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나와는 한국어를 사용한다. 나는 아이에게 강요를 하거나 교육을 시킨적이 없다. 고맙게도 아이는 말을 배우기 전부터 엄마와의 교감을 한국어로 하게 된 이유거니.... 그리 생각 한다. 민스크 학교 입학 5개월 차, 아이의 전반적인 상황을 선생님들은 이해하게된 상태다. 시간이....... 그렇게...... 벌써 5개월이나 흘러버렸다. 세레나의 학교는 과목별 선생님이 다 다르다. 러시아어는 문법, 읽기, 쓰기, 발음 교정 수업으로 나뉘어져 있고 선생님들도 다 다르다. 지난 주 러시아어과 선생님들과의 개별 면담이 잡혀져 학교 방문을 했다. 발음 교정 선생님은 우리 부부에게, "아마 우리 학교 학생 중, 그 어떤 엑센트 사용이 없는 순수 표준어의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건 어쩜 세레나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께서 러시아어를 잘 못하신다 너무 기죽지 않으셔도 너무 속상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또 미친여인네마냥 길바닥에 서 울었다. 도데체 이게 무슨 울 일인가....... 하지만 내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는...... 잘 적응하고 있는 아이의 크게 들어나 보여짐은 없지만....... 노력 혹은 순응이라는 미명 하의 순간 순간 느껴지는 아이만의 고충...... 혹여 스트레스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아직 철나지 않은 부모의 조바심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아이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두려움 혹은 수줍음이 없다. 아이의 호기심이 두려움이나 수줍음 보다는 강한가보다. NON E И T r A r E.  '들어오지 마시오'의 이탈리아어 'NON ENTRARE' 아이의 의사전달 대상은 아빠였기에 이탈리아어로 쓰는 것에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이탈리아어 알파벳을 쓰는 것을 연습(?)한적 없는 아이에게 소리나는 대로, 혹은 눈으로 보아온 대로 쓰긴 썼지만 소문자와 대문자는 뒤죽박죽, 거기에 러시아 알파벳 И 과 영어/이탈리아어 알파벳 N의 헷갈림이 명확히 들어난다. 이 실수 투성이의 문장이......... 내겐 그저 비타민이다.

난 아직은....... 그저 신나게 뛰어 놀며, 나름의 첫 진지한 사회조직(?)에 속하여 동무들과 문제 없이 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를 응원하려한다. 차라리 일찍부터 정. 확. 한 다언어를 구사하게 하는 것이(다문화 가정의 아이에게) 필요하다 말하는 조언도, 필요한 시기를 정하는 것은 아이의 의사가 중요하다 말하는 조언도 모두 수긍한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도 아이도 현재 시간 속, 스트레스나 강요가 아닌 웃음이 나는 행복의 감정이 우선이 아닐까.......

세레나는 오늘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엉터리 영어로 신나게 따라부르고, 화장실 한켠에 잘 놓아둔, 한글놀이 음성문자를 누르고 크게 따라 읽으며 쾌변(?)의 시간을 만끽하며, 대문자,소문자가 뒤섞이고 로마자와 키릴문자가 한데 쓰이지만 아빠에겐 무. 조. 건 그녀만의 이탈리아어 편지, 메모를 쓰는 꿋꿋함을 보인다. 

난 그저 아직은.......

일주일에 한 시간 자유과목으로 배정되어 있는 벨라루스어 수업을 듣고와 "엄마 감자가 벨라루스말로 뭔지 알아?"를 재잘대는 아이에게,

같은 반 단짝, 핀란드 친구에게 배워온 엄마, 아빠, 미안해, 고마워 등의 핀란드 단어를 읊조리며 "엄마! 나는 핀란드 말로 '미안해' 알어" 라며 잘난척(?) 하는 아이에게,

"엄마! 나 친구한테 줄 생일 카드에 한국말로'생일 축하해'쓸래. 엄마가 여기다 써봐. 내가 잘 따라 쓸 수 있잖아 그치?"라 말하는 아이에게,

"엄마! 오늘 엄마 학교에서 루스끼(러시아어) 뭐 배웠어? 뭐 잘 모르면 나한테 물어봐! 내가 다 알려줄께 알았지?"라 말하는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장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