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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que & rare& special & strange

벨라줌마 2021. 2. 22. 18:01

한 단어가 '단정짓다'라는 혹은 '정의하다'는 결론으로 서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생각보다는 참.... 많다.

나는 가급적 내가 처한 상황으로 내가 경험한 일례들로 마주하는 상황들을 정리(?)하려 노력한다. 노력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과정을 겪는다. 나는 노력하지만 노력의 실패 역시 자주 마주한다. 지난한 과정들이 고단하여 편하고 빠른 결론으로 마무리를 짓기도 한다. 문제는 빠르고 쉬운 결론에 도달했을 때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는 괴로워지는 경우에 처하게 되었을 때이다. 요즘은 괴로워하는 내가 싫어지는 단계인 위선 그리고 위악이라는 자가당착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8세라는 나이에 들어선 아이에게 어떠한 현상이나 상황을 설명해야하는 시간을 마주하며 나는 위선과 위악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머리에 쥐가 나는 이 주제와 너무 잦은 조우를 하는 중이다. 어쩌면 이 세상의 많은 이들이, 간접적이던 직접적이든 성장 중인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을 겪으며 부딪히게 되는 하나의 장애물이기도 하다. 

세레나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국적을 갖고 태어났지만 8년이라는 그녀의 온 생애는 모스크바와 민스크라는 동슬라브족, 구소련 국가라는 공통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에서 보내고 있다. 휴가의 시간에 양가의 집에서 조부모님, 친인척들과 시간을 보내지만(코비드 19의 영향으로 그나마 그것마저 오래전 단절된 상황이지만......) 그것만으로 아이의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소극적 성향이 바탕이 되고 내 미천한 경험의 일례가 트라우마로 남아........ 나는 이방인의 삶에서 나나 내 남편의 문화 혹은 역사적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민족 집단과의 깊은 관계를 맺지 않는다. 한마디로 나는 외국에 나와 있는 한국 사람들이나 이탈리아 사람들과 친분을 쌓지 못하고 있다. 친분을 쌓으려면 누가, 무슨 이유로 고국을 떠나 이 먼 타지에 살고 있는가부터로 의 궁금증을 느껴야 하고 서로가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외로운 타지 생활, 함께 고국의 음식과 문화를 공유하며 위로와 격려를 나눠야 한다.  혹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도움을 주고받는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 이 힘겨운(?) 관계의 형성과정도 거쳐야 한다. 자주하면 안되겠지만...... 다른 문화와 다른 관점의 원주민들에 대한 뒷담화를 통해 공동의 적(?)도 만들어야 한다...... 허나 나는 이미 첫 단계의 시작인 내가 거주하고 있는 타국에 함께 살고 있는 한국인 그리고 이탈리아 인들을 잘 모른다가 시작이니...... 다음 단계로의 진입은 당연히 어렵다.

나는 모스크바에서 이런 내가 매우 이상한 사람이다 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 말을 듣게 되니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위축이 되기도 했다. 우습지만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한 사람들은 이탈리아 사람들이었다. 물론 배경이 있다. 회사 내, 같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임에 끼지 못하는(않는) 베비라쿠아씨를 곱지 못하게 본 사람들이 그러면 베비라쿠아씨의 아내라도 동료들의 아내들과 조금의 친분관계를 형성하면 좋을 텐데......대부분의 아내들은 하는데....너는 왜.....라는 아쉬움이 발단이 되었을 터이다. 대부분 아제르바이잔 바쿠시절부터 알고 지낸이들이기에..... 아마도 내가 역동적(?)으로 그런 모임에 끼었던 시간의 기억을 갖고 있기때문일 것이다. 서로의 기억이 다르고 같은 기억일지라도 해석은 제 각각이니....... 나는...... 다양성 혹은 다각도라는 단어로 이것들을 단. 정. 짓. 는. 다. 

세레나는 그녀의 성장과정 혹은 배경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혹은 세 가지 대표되는 설명: '엄마는 한국사람 아빠는 이탈리아 사람, 모스크바에서 유치원과 초등입학과정반을 다녔음, 한국말과 이탈리아 말을 할 줄 알고 러시아어로 학교 모든 수업에 참여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고 영어 수업에서도 꽤 잘하는 축에 끼고 있음'으로 이미 너무 큰 프레임 속에 들어 있다는 말이 하고 싶어..... 참으로 긴 서문을 썼다. 간혹 아이에게 한국이나 이탈리아의 문화와 음식에 대해 묻는 교사와 친구들이 있다. 아이가 깊이 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에 의문을 품기도 하는 듯하다. 억울한(?) 부분이 있을 때마다...... 아이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국수주의자를 자처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국수주의자가 되는 길이 이렇게도 쉬운 일인지 나는 어쩌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솔직하게...... 나만 조심하면 되고 내가 의식하여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로 살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라는 이름은 단수 인칭이 아닌 복수 인칭임을 나는 또 이렇게 고통스럽게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제 오랜만에 내 친구 데비가 뜬금없는 문자를 보내왔다. 가타부타 설명이 없는 그저 그림카드....... 코비드 록다운 영국에서 6살 10살의 두 아이를 키우는 그녀의 하루가 어떨지 나는 감히 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내 친구들, 내 가족들의 고충을 나는 감히 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많은 설명이 붙지 않아도 긴 말을 하지 않아도......내 사정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친구들이 있다. 한 단어가 아닌 수백 수천만의 단어로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생은 아이러니하여 나는 계속하여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새로운 이들과의 무수한 만남에 쉬이 지치지 않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배워야 한다.......  

베비라쿠아씨 가족은 an unique/ a rare/ a special/ a strange 중 무슨 수식어가 가장 맞는 단어일까. 이 단어들 중 하나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데....... 왜 이 단어들 중 하나만으로 정의하려 드는 사람들에게 조차 난 위선와 위악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숨이 벅찬 수준의 내가..... 소수자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야 하는 건지..... 나는 왜 소수자의 삶을 선택하여 살고 있는 것인지....... 

측은지심........역지사지...... 결자해지...... 오늘 나에게 이 사자성어는 그저 젠장이다........ 개에게나 줘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