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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ussia

연속되는 우울한 날씨 in 모스크바

벨라줌마 2018. 11. 10. 15:39

2015/12/09 04:41

 

한 달 만에 해를 그것도 아주 잠깐 본다. 이틀간 땅에 붙어 있는 모든것을 날려 버릴듯 한 강풍이 불더니 하늘을 가득 메워놓았던 시커먼 구름도 날려 버린다. 강한 바람이 불어 슈퍼에 잠깐 나가야 하는 것도 망설여지게 한다고....덜컹대는 창문...그 소리에 뒤척이는 긴 밤을 보내게 한다고 불평아닌 불평을 늘어 놓게하더니.... 그 모진 바람이 그래도 해를 보게 해주는 기회를 준다.

단단하게도 해를 가린 저 회색빛 구름이 뒤덮은 하늘을 매일 매일 올려다 봐야하는, 오염된 대기의 공기를 머금은 채 눈과 비와 엉키어 떨어진 그 물기를 머금은 시커먼 빛깔의 길을 매일 매일 걸어야 하는, 나의 일상은 충만한 우울감을 안겨주기에 완벽한 환경이다. 날씨의 영향이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온몸으로 감지한다.

세레나의 유치원 적응기는 선배 엄마들이 말하는 그 공식에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대입되어 답을 내어준다. 유치원 가는 것에 즐거워 하고, 신나 하고, 재미있어하지만 이 삼일이 멀다하고 세 돌 인생 최대 위기, 모든 병을 달고와 초보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아이의 체온을 재기위해 쪽 잠을 자는, 콜록 콜록 기침을 하는 아이의 소리에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는, 변기에 앉아 내 목을 끌어 안고 쭉쭉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설사를 해대는 아이를 보는...... 그 엄마의 하루 하루는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다.

짬이 나면 무조건 집근처 헬스장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런닝머신을 철천지원수 삼아 뛰지라도 않으면 길가는 아무사람을 붙잡고 시비를 걸어 싸움 한 판 청할 마음이 차고 넘치고 있다. 사나워지는 마음을 잡으려 운동이라는 바른(?)수단을 이용하고 있는 나에게.... 자꾸만 달아나려고만 하는 자기애를 잡아끌어 '장하다' '최고다' 격려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너무 예쁜 내 아이와 함께하는 하루,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인 내 동지 베비라쿠아씨와 마감하는 하루가 그저 행복하기만 하여 한 없이 너그러워져야 하는 마음만이 존재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터인데.... 되려 자꾸만 사나워지기만 하는 마음이 더 크게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멈추지 않는 성장통은 오늘도 계속된다.....

올 봄이었다. 우연한 식사자리, 옆 자리에 앉았던 한 한국 아주머니와의 대화가 잊을만 하면 불쑥 불쑥 떠올라 혼란한 마음의 불씨에 기름을 슬금슬금 붓는다. 내 모든 호구조사를 마치신 아주머니가 갑자기 긴 한숨을 쉬셨다. "올 해 22살 되는 딸아이가 지금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어요.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에서도 유명한 명문대에 입학했고 2학년 마치고 유학길에 오르고 싶다해서 영국의 한 대학에서 현재 공부중인데....그 쪽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다 부질없는 짓이 아닌가 싶어요. 결국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면 그 공부도.... 힘들게 들어가게 될 직장의 경력도 허무하게 없어져 버릴 것 아닌가 해서요.... 못난 어미처럼 답답하게 살지 말라고 힘들게 뒷바라지 하고 있는 건데......." 매우 무거운 무엇으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받아쳐서 그것이 부정이던 위로이던 희망이던 내 생각을 말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텅 빈것 같은 멍한 느낌이 혀의 감각을 마비 시켰었다....... 올 한해..... 이 이야기의 답을 내보고자 내준이 없는 힘든 숙제를 마음에 담아 고민했다.

우리집 욕실은 높지 않은 두 계단을 경계로 아래쪽에는 드럼 세탁기와 욕조가 위쪽에는 샤워부스와 세면대가 각각 배치되어 있다. 구조 한번 요란하다고, 러시아 졸부(?)스타일 인테리어라고 욕 한바가지를 퍼부으며 첫 만남의 인사를 그렇게 했었다. 하지만 그 졸부 스타일의 인테리어 욕실, 그 계단에 앉아 윙윙 소리내며 돌아가는 드럼세탁기를 들여다 보며 복잡한 마음 시끄러운 머리속을 안정시킨다. 욕 한바가지를 퍼부었던 그 공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사나워진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간으로 탈바꿈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마음에 담아 힘든 숙제를 고민했지만 얻어진 명쾌한 답은 아직 없다. 무식한 엄마처럼 답답한 인생을 살지 말라고 내 등을 떠민 내 친정 엄마....내 친청 엄마와 많이 다르지 않은 세상의 많은 엄마들...... 둘째를 낳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나에게 "그래 하나 낳았으면 된거다. 답답하게 집구석에 박혀 살지 말고 니 전공 살려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라" 하시는 친정 엄마....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위로 아닌 위로 격려 아닌 격려를 딸들에게 해주는 세상의 많은 엄마들.... 세상의 그 많은 어머니들은 오늘도 나를 윙윙 소리내며 돌아가는 드럼세탁기 앞에 앉힌다.

12월이다. 숙제에 대한 답을 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정답을 낼 수 없는 숙제들.... 시간이, 경험이 답인 숙제들..... 꼭 그것들의 답을 얻어내기 위해 스스로를 이토록 보채야 하는가에 대한.... 어쩌면 그 날, 마비되어 버린 내 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 가정의 아내로 엄마로 사는 것에 만족하며 살기엔 내가 태어난 시대의 여성들은 전사 아닌 전사로 키워졌다. 남자들과 동등하게...라는 압박은 여성이 하는 많은 행위에 불필요한 자격지심을 키웠주었다. '집구석'이라는 단어를 선택하는 친정 엄마의 마음을, 힘들게 뒷바라지 하시는, 자랑스러운 똑똑한 딸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그 아주머니의 생각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부모에 의해 각인 되어진 이 무시무한 편견을..... 대물림하지 않도록....현명하게 맞서 대처 할 수 있는 좋은 방책이.... 너무 늦지 않게.... 내 머리속에 강구되기를 기도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욕구를 채우지 못한, 우리 각자 안에 있는 '내면의 아이', 즉 과거의 상처 입은 아이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안에는 '두려워 하는 아이', 즉 두려워하는 부모의 내면 아이도 있다. 부모는 스스로 통제할 줄 아는 어른스런 아이를 기대할지 모르지만, 아이의 내면을 통제하는 것은 부모 내면에 있는 두려워하는 아이다. 어린 시절에 우리는 우리 부모의 내면에 있는 두려운 아이에 의해서 부정적으로 양육되기도 했으며, 떄로는 우리 부모 내면의 또 다른 긍정적인 측면에 의해 양육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우리 부모의 내면에 있는 자기모순과의 대립 속에서 자랐지만, 우리는 결코 명확하게 어느 한 측면에 의해 양육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데이비드 리코 -사랑이 두려움을 만날때 서문 page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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