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Russia2018. 11. 18. 16:04

2017/04/04 16:50

친한 친구 나탈리아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살고 있다. 내겐 첫 러시아 출신 친구라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많이도 가까운 친구 나탈리아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보낸 3년여 시간,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많은 개인사를 함께 나누며 함께 웃고 함께 울었던 추억의 그림 속 사랑스러운 내 친구 나탈리아다. 인연의 끈이 참 단단해여 우리가 아제르바이잔을 떠나기 6개월 전, 그녀의 남편 하비의 새 일터 발령지가 그녀의 고향 모스크바가 되어 떠났고 5개월 후 베비라쿠아씨의 새 발령지 또한 모스크바가 되어 우리도 그녀가 있는 모스크바로 왔다. 모스크바에 도착한 첫 해, 하나에서 열까지 나와 세레나의 수족 노릇을 기쁜마음으로 해준 내 친구 나탈리아다. 두 해 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남편의 발령지가 또 바뀌며 삶의 터전을 또 그렇게 바꾸게 되었다. 같은 직종의 일을 하고 있는 남편들 덕에...... 늘 삶의 터전 그 둥지를 새로 틀고 또 새로 트는 것에.... 그냥 다 아는 우리만의 고충 우리만의 도전..... 그 모든것을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내 소중한 인연, 내 고운 친구 나탈리아다.

어제 4월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지하철 폭팔 사고가 났다. 당일... 조금 늦은 시간 뉴스를 접한 나는...... 처음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뇌작동이 멈추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도 안부 문자를 주고 받은 나탈리아와 하비 부부가 있는 곳이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듯...... 뉴스를 보는 시각과 문제를 인식하는 뇌가 동시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문자를 보냈다........ My dear Natalya, everything is fine, isn't it?

1분이 채 되지 않아 장문의 답변이 왔다. 그 일분이.... 한 시간 같았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 그녀는 지하철역에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역에서 겨우 한 정거장... 그 다음 역에 그녀가 있었다. 지하철에서 나와 집까지 걸었다고 한다. 사고가 난 역을 지나쳐야 했기에 그 아수라장을 눈으로 보고......  모든 대중교통이 운행을 멈춘 당연한 이유에..... 집까지 40여분을 걸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무서웠다고 한다.

그녀의 문자를 받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났다......

그녀가 무사해줘서.... 그  고마움에 눈물이 났고......

젠장할 망할놈의 세상에 꾸역꾸역 올라오는 분노때문에 눈물이 났다.....

나탈리아에게 사랑한다고 답문을 보냈다.

I love you...... 이 말 말고는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사랑한다는 이 어여쁜 말을...... 왜 이토록 간절하고 절박한 상황에 쓰게 만드는지.....

오늘은 나의 신께 원망의 기도를 한다......

Peace be with us......

 

WallytheCat 2017/04/05 00:54 R X
그찮아도 끔찍한 사고 소식을 읽으며 단 하나의 모스크바 친구 벨라님이 무사하셔서 다행이다 했는데...
휴~, 벨라님의 절친께서 무사하시다니 천만 다행, 다행이에요.
벨라줌마 2017/04/05 17:27 X
뉴스를 접하고 친구의 무사함에 가슴 쓸어내린 엇그제.... 잠을 이루지 못한 긴 밤을 보냈어요. 어젠 종일 티비 틀어놓고 러시안 영어 뉴스방송과 미국의 CNN 돌려 보며..... 서로의 다른 입장 이 지긋지긋한 진실공방전에...... 기운빠져가는 것 알면서도 시청했어요... 참 재미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위해 애쓰는 사람들...그들도 그들만의 고충이 물론 있겠지요?

집밖으로 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두려움이 느껴지고 있어요...... 삶이 점점 더 빡빡해지고 있어요 왈리님.....
WallytheCat 2017/04/06 01:40 X
이런 일이 있을 때 늘 화가 나는 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왜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느냐는 것이지요. 사는 것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 같네요. ㅜㅜ
메이데이 2017/04/05 23:16 R X
친구분이 큰일 날 뻔했군요. 마음 졸일 일 없이 편하게 살까 여기저기서 일이 자꾸 생깁니다. 중국에서도 간간이 폭탄 테러가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지하철 역에서 짐 검사하고 있고 젊은 남자는 신분증 검사도 당해야 합니다. 일이 터질 때마다 한동안은 밖에 나가기 무섭더라구요.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어요, 세레나 어머님....
벨라줌마 2017/04/16 19:32 X
네....팍팍해지는 삶을.... 어찌해야 말랑말랑 하다고 생각보다는 훨씬 부드럽다고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참.....
제비 2017/04/06 12:17 R X
사랑한다는 이 어여쁜 말을...... 왜 이토록 간절하고 절박한 상황에 쓰게 만드는지.....

세월호 아이들의 휴대전화기 속에서 들렸던 '사랑해'가 생각나서 눈물 찔끔 했습니다. 처음에는 장난치다가 나중에는 울먹이며 엄마 아빠 친구들 사랑해...

벨라님 친구분 정말 다행이네요. 괜히 제 가슴이 벌렁거려요..많이 사랑한다 해 주세요~

벨라줌마 2017/04/16 19:34 X
그 귀한 아이들의 그 귀한 마지막 말을 하게 만든 날이 오늘이네요...... 시간은 가지만 해는 바뀌지만.... 마음속에 세겨진 날짜는 지울 수가 없습니다........

네.... 어제도.... 그저 다른 말 없이 '오늘도 사랑해 좋은 하루 보내...' 하고 문자 보냈어요 나탈리아에게요....
알퐁 2017/04/10 08:41 R X
제가 아는 사람도 아들이 독일에 있는데 아들이 묶는 아파트 바로 코앞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해서 시껍했습니다. 이젠 그런 소식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들리네요.
친구분 나탈리아도 kind of mutual friend인 셈이니 아무일 없어서 참 다행입니다.
벨라줌마 2017/04/16 19:36 X
더이상 머나먼 곳의 일이 아닌....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런것이 글로벌한 삶의 중심에 있다는 진짜 이유가 아닐런지요......
네.....진심으로....참....다행입니다.....
catalunya 2017/04/20 11:56 R X
언니의 따뜻하고 깊은 마음이 느껴져요. ㅜㅜ
적지 않은 나라들을 돌아 다닌 탓에 신문의 국제면을 가장 열심히 읽어보고, 가보았던 나라에 조금이라도 안좋은 일이 일어나면 내 가족 일처럼 슬퍼하지요.
모스크바에 있는 세레나 가족, 평안하시길!
peace...
벨라줌마 2017/04/22 03:13 X
늘 내가 참 많이 고마워 하는 거 알죠?
진주씨 가족, 친구, 지인..그리고 이웃의 얼굴은 몰라도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 모든 사람들도 평안하시길! 그것이 우리가 평안 할 수 있는 최고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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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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