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Russia2018. 10. 27. 16:27

 

2015/05/04 04:22

시간이 간다.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시간이 가는 것이라 그저 그리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떠 어제 하루가 그렇게 지나 같구나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아닌 오늘 하루가 이렇게 또 시작되는구나 한 숨이 나오는 스스로를 보며 한계에 다다랐구나 생각이 들게 된 건 두 어달 전 쯤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라고 힘차게 자신있게 말하기에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든다. 우리의 어머니들 또는 할머니들이 최소 서너명 최대 열 몇명의 자식들을 키우는 것을 보며 그것은 그저 어머니들의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었지 그것을 노동이라 생각 해본 적은 없었던 듯 하다.
아이를 낳기 전,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들게 될 이런 저런 비용들 혹은 어떠한 교육관을 가지고 아이를 키워야 할 것인지에 대한 매우 수준(?) 높은 고민에만 심취해 있었지 내 육신의 고된 노동을 잘 견디어 낼 방책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아이가 세상에 나와 처음 3~4개월, 서너시간 간격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려야 하는 이유로 몸의 고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가 기기라도 걸음마라도 하기 시작하면 조금 수월해지겠지?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 뛰기 시작하면 조금 수월해지겠지?
하지만 30개월에 접어든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여전히 수월해 진 것은 많지 않다.
육체의 노동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고되어진다.
물론 단어를 이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그 조막만한 손으로 블록을 쌓고 놀이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아이를 보는 기쁨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다. 하지만 감동의 3분이 육체 노동의 고통 12시간을 무마시키기에 난 아직 성숙한 엄마의 표본은 아닌가보다.

노동의 고통 쌓여가는 스트레스의 주인공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였다. 베비라쿠아씨 또한 그의 한계에 다다랐다 싶은 시기에 우린 극단의 처방을 내지 못하면 안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리하여 내린 우리의 처방전은... 세레나의 '출장'이었다...
5월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5월 9일 러시아 승전 기념일까지 주말 포함 10일간의 휴가.....
베비라쿠아씨는 세레나와 함께 이태리 시댁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난....모스크바 집에 홀로 남았다.
난....자. 유. 의. 몸. 이. 다.

2년 그리고 반 만에 얻은 자유.
나에게 자유란 그저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나는 삼일 째.....잠옷 차림으로...라면과 빵, 요거트와 맥주로 끼니를 연명하며....
침대 곁, 읽지 못했던 책들, 보지 못했던 영화 드라마 리스트, 힙합에서 클래식까지 24시간
볼륨조절 눈치 볼 것 없이 재생되는 라디오 채널과 함께 널부러져 시체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렇지만......

이 녀석의 이 개굴진 모습이 벌써 그리워 지고 있다한다면.....?
난... 어쩔 수 없는 그저 못난 엄마인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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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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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래된 일기를 읽는 즐거움. 남의 일기도 예외는 아니네요 ㅋㅋ

    2018.11.07 15: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