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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Introduce/Gorgonzola + Kimchi (18)
La vita è bella
타인과 타인이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타인이 타지에 정착하여 익숙해지는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이 필요한 시간들이 숫자로 정확하게 계산되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을 일도, 상처를 줄 일도 생기지 않게 될까.....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낯설게, 마치 처음 겪는 일처럼 불편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솔직히 너무 많이 있다..... 그래서 난 내안의 불안과 걱정을 다독이는 방법을 찾기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노력을 해도 해결은 늘 내맘같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그저 젠장을 외쳐댈뿐 다른 방도가 없다. 나는 그래도 여러 해를 넘기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착각이라도 하며 사는 그놈의 '어른' 이지만...... 젠장이라도..
입학증명서, 재학증명서, 졸업증명서 그리고 성적증명서 위에 나열한 4가지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학교와 관련된 서류제출시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던 항목이다. 2019년, 1월...... 내가 알고 있던 항목 밖의 사항 "입학유예증명서"를 만났다. 만6세의 세레나에게 한국의 초등학교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었다. 지난 여름, 9월 시작 학기제인 이탈리아에서 이미 발부된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새로운 놀라움과의 조우는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저...... 우리 아이가 이제 정말 '초등학생'이 되는구나라는 예정되었던 시간과의 만남에서 오는 감동의 울렁임을 예상했을 뿐이었다. 현재 우리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이유가 이탈리아와 한국 초등학교 입학 유예의 직접적 사실이기에 입학유예를 증..
2017/11/26 05:34 한 해의 마지막 달이라 우겨 볼 수 있는 11월 그리고 진정한 마지막 달인 12월. 지난 3년간 이 두달의 시간은 나에게 의지의 박약(?) 혹은 굳은 심지의 나락(?)....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꼬리표를 달아줬다. 말하고 나면 혼꾸멍 날지도 모르는 꼬리표의 대명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앞머리 자르지 않기' 난 올 해도 스스로와의 굳은 맹세를 어기고 그.렇.게 앞머리를 쑹.덩. 하니 자르고 말았다. 그리고 급속도로 밀려오는 후회의 그 날카로운 화살촉은 애꿎은 베비라쿠아씨 부녀에게로 조준된다. 엄마 앞머리 자른거 이뻐 안이뻐? 응. 이뻐 이뻐! 세레나는 화살촉을 정면으로 잡아 부러뜨린다. 장한 것....... 나 어때? 많이 이상해? 어? 아니 아니. 근데, 너 작년에도 제작..
2017/04/22 15:11 영화 뷰티 인사이드 2015년 작품. 백종열 감독. 오랜만에 영화 한편을..... 앉은 자리에서.... 두번 돌려 봤다. 내 마음을 쑥 하니 잡아 당기는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아! 성장통이 또 시작되었구나, 아프구나....싶을 무렵 찾아보고 다시 찾아보고 돌려 다시보고 또 다시 돌려보는.... 나만의 진통제로 사용하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길지 않은 내 인생.... 거의 모든 시간이 매일 사춘기 였구나 싶다...... 나는 내가 좋았던 영화, 내가 싫었던 영화를 추천 혹은 비추천으로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다른이에게 소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언제부터인지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혼자하는 시간을 즐..
2016/11/04 04:56 모스크바 현재 시간 오후 10시..... 내일 아침 날이 밝아지면 베비라쿠아씨의 서른 다섯번쨰 생일 이다.... 세레나에게 내일 아빠의 생일이니.....써프라이즈~~~ 그림 선물을 하자고 제안했다. 흔쾌히 기뻐하며 도화지 위에 아빠의 얼굴을 그린다...... 그럼, 사랑하는 아빠! 생일 축하해요! 도 써 넣어 보자고.....엄마가 옆 종이에 써 줄테니 그대로 한번 따라 적어볼까라고 제안했다..... 기꺼이 그러겠다고 좋아한다.... 그리고 매우 자신감 있게 내눈에는 외계어 글씨체....세레나 눈에는 명확한 의사 전달의 글씨체가 써 내려간다..... 눈물이 흐르는 동시에 웃음보가 터졌다..... "내 새끼 진~~~짜 잘한다!" 고슴도치 어미의 여과없이 들어나는 감정표현이다....
2016/02/24 06:27 벌써 일년이다. 세레나와 미온이 우정를 키워 온 것이....... 두 아이는 넉 달 차이로 이탈리안과 한국인의 유전자가 섞여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일하게(?) 이탈리아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유일하게(?) 한국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친구사이로 티비 만화영화도 러시아어, 유치원 친구들도 러시아어를 하는 모스크바, 조금 먼 이웃으로 살고 있다. 퇴근 하고 집으로 돌아온 베비라쿠아씨가 하루종일 어찌 참았나 싶을 만큼 속사포 수다를 늘어 놓은 내용의 주인공들 '순미씨와 미온'. 이들의 이야기를 내게 전해주고 싶어 하루 종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너스레를 떨며 숨도 쉬지 않고 수다를 떨었던....일 년전 오늘 도착했던 따끈 뜨끈했던 그 소식, 그 소중한 인연의..
2015/11/20 17:50 몇 해 전부터인가 이중국적자라는 말을 대신하여 복수국적자라는 말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는 뜻이 전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이중 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의 의미(이중첩자, 이중생활 등)가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에 매우 공감을 하게된 것은 나 역시 '경험'을 했기때문인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출생을 한 세레나는 출생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이탈리아 시민이 되었다. 출생 5개월이 되었을 당시 모스크바로 오게 된 우리는 자연스럽게 국제 여권을 만들어야 했고 그 여권안에 러시아 비자가 있어야 했기에 그에 따른 모든 서류상의 국적 기입란에 "이탈리안"을 기입하게 되었다. 그 당시 아무 생각이 없던 나에게 큰 물음표를 던진이는 세레나의 아빠 베비라쿠아씨 였다...
2015/06/06 06:37 고르곤졸라(Gorgonzola)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치즈 중 하나이다. 내가 유일하게 먹지 못하는 이 치즈는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최고의 식재료이며 베비라쿠아씨 가족 모두 콜레스테롤 걱정을 접는다 하면 매일 매일 빵에도 크레커에도 그냥 발라 간식으로도 먹고 에피타이져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들에게 이렇게도 맛있는 이 치즈가 나에게는 그저 발고린내 무지하게 나는 치즈로 그 가치가 전락되어 십 년이 넘게 가족들의 짓궂은 장난의 도구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내가 처음 고르곤졸라 치즈를 먹은 날 지어보였던 그 해괴망칙했던 내 얼굴의 일그러짐을 잊지 못하는 베비라쿠아씨는 요즘도 가끔 내 부탁의 받아들임의 조건으로 고르곤졸라 시식을 요구한다. 그가 많이도 좋아하는 음식이기에 눈을 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