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플렉스


영화 하얼빈을 봤다. 이 영화가 보고 싶어 한국에 다녀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좋았다.
지칠 만큼 지쳐있던 내게…
한없이 버겁고 끝도 없이 암담했던 2024년을 보냈기에… 2025년의 시작은 어찌 되었든 뭐가 됐든 나를 밑도 끝도 없이 행복한 기분으로 올려줄 무언가가 진심으로 필요했다.
1월 1일 비행기로 베니스, 뭰헨을 거쳐 1월 2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엄마집이 있는 포천으로 이동하여 일주일간 난 그야말로 시체놀이를 했다. 엄마와 나 둘만 존재하는 공간에 머물러 본 것이 대체 얼마만인 건지…. 엄마가 해주는 밥으로 삼시 세끼를 먹고 하염없이 그저 자고 또 먹고 또 자고를 반복했다. 행복했다.

수원은 내 선배가 사는 곳이다. 결혼하여 정착한 도시다. 내 친형부를 제외하곤 형부라 부르는 유일한 사람이 선배의 남편이다. 수원은 그의 고향이다.
고등학교 일 년 선배인 그녀를 우리 엄마는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29년째 ‘선배님‘이라고 부른다. 우리 딸이 엄마밥 고만 먹고 선배님 집 가서 쉬고 싶다는데 선배님 귀찮게 해서 어쩌냐고… 그래도 거기가 더 편하다는데 선배랑 놀고 싶다는데 내가 어쩔 수가 있냐고… 콩트를 한다.
29년째 우리 엄마와 내 선배는 콩트를 한다.
전화로도 하고 만나서도 한다.
웃기고 좋다…
엄마 다음으로 나를… 참 오랫동안 변함없이, 그저 편안하게… 그저 쉴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다. 이 나이에 이런 관계가 내게 남아 있음에… 남은 생은 절대적으로… 무조건 착하게 살아야 함을 다짐하게 한다.
닷새간 방을 내주며 매끼 먹여주는 선배와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는 냥이들이 있고,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한 모든 풍경이 가까이 있고, 서로 얼굴만 봐도 그저 좋은 오랜 내지기의 얼굴을 보며 ‘잘 잤어?‘와 ’ 잘 자’를 ‘뭐 먹을까?’ ‘뭐 마실까?‘를 할 수 있었다. 서로 안아줄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참 행복했다.





대학 때 만났으니 오랜지기다. 질풍노도, 음주가무, 사건사고 인생의 고뇌와 젊음의 유흥 그 20대를 고스란히 함께 보냈으니… 40대가 돼서도 60대가 되어도 80이 되어도 남편과 아이가 있는 중년의 우리 노년의 우리 현실을 마구 부정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육두문자와 키득임 미침과 진지함이 생뚱맞게 어울리는 우린 참.. 변함없이 청춘에 갇혀 그저 철없이 행복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다.

친구는 내게 비상계엄령 선포를 가장 먼저 전해줬다.
몇 년 만에….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힘들게 고국에 잠시 쉬러 오려 어렵게 계획한 내 상황을 알기에 진심으로 걱정했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이 사달이 날 줄… 그 누가 상상을 했을까…
불행 중 다행, 계엄이 실패되었기에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내 막역한 지기를 만나 미친 듯이 술도 마시고 미친 듯이 수다도 떨고 미친 듯이 노래도 부르고 찜질방까지 가는 풀코스 데이트를 즐겼다.
아이들의 엄마가 된 이래…. 오랫동안 못해본 편안하고 그저 신나는 유흥…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한국에선 더 이상 할 수 없었을 내 오랜 그녀와의 유흥이었기에 진심을 다해 놀았다. 신나게 놀았다. 최선을 다해 놀았다. 그녀와 나에게 주어진 24시간. 남편들도 아이들도 없이 오롯이 우리 둘만 있어본 건 13년 만에 처음이었다. 행복했다.




2주간의 내 개인 일정… 꿈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이탈리아로 돌아왔다.
시차적응은 안되고 집수리는 여전히 끝을 보이지 않고 이탈리아 뉴스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친위 쿠데타 우두머리 윤석렬과 그 잔당 세력 그리고 법원 폭동의 폭도들 소식이 연일 나온다.
징그러운 이진숙의 탄핵은 젠장할 기각됐고

내란 수괴 윤석열과 부역자 넘버 원 김용현의 말인지 방구인지… 개소리 같은 저급 코미디 영상은 내 속을 뒤집는다.
https://youtu.be/uhz8pQuopMQ?si=kOcbbXCBH8u1T4Dj
한국서 2주간 대략 서른여섯끼를 먹었다.
엄마밥 너도님밥 선배밥 친구밥 올케언니밥
집밥으론 대략 열아홉 끼를 먹었다.
나는 이 힘듦을 밥심으로 버텨볼 생각이다.
밥심으로 버텨야 한다.
우리 모두 밥심으로 끝까지 버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