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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ta è bella
세레나가 방과 후 수업에 들어가면 나는 대부분 대기실 라운지 공간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어디를 가던 잡지와 신문으로 채워진 공간이 있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가 않다. 물론 네덜란드어 까막눈 수준을 겨우 넘긴 내게는 그림, 사진 보기가 일쑤지만 혹여 아는 내용이나 관심분야의 사진과 그림이 등장하면 읽는 척을 해보느라 애를 쓴다. 6월 한 달, 어딜 가나 확연하게 눈에 들어오는 1면의 내용은 2023년 7월 1일 수리남과 카리브해의 노예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지 160주년을 기념하는 내용의 기사이다. 기념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신문이나 잡지 속 사진의 수리남 사람들의 환한 웃음과는 대조적으로 아직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은 남아 있다. 160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해결될 수 없는 미개하고 잔인했던 제국주의..
암스테르담에 와서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떤(tuin) 정원이다. 나에게 정원이라는 단어의 개념은 꽤 사치스럽고 호화스럽게 꾸민 공간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도시의 아파트에 살아온 어린 시절의 이력은 정원이 있는 단독 주택의 로망, 그 부유함의 상징물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 속 ‘부자’들의 집이라는 선입견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이어진듯하다. 유럽을 둘러보며 정원의 다른 개념을 본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살며 ‘다차’라 불리는 공간에서 느낀 그 포근함과 다정함 그리고 편안함을 상기시켜 본다. 텃밭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이탈리아어 올또(orto)는 마당이 있는 집이 부유함의 상징이라는 선입견을 깬다. 땅을 일구어 작물, 열매를 수확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를 이곳 네덜란드는 초등 교육과정을 통해 일..
이승만의 환생인가… 자국민도 버리고 재외국민도 버리며 그가 지도자로 취하고 싶은 게 과연 무엇일까. 답답한 마음에 꺼내든 책을 읽다… 진심으로 두려운 마음이 든다. 그저… 이승만 모지리 버전이라 풍자하며 쓴웃음 짓기엔… 생과 사를 논해야 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보인다.
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날씨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 암스테르담에 봄소식은 오지 않고 있다. 3월과 4월 내 주변은 모두 아픈 사람들이다. 그저 단순하게 감기라는 병명으로 통일된다. 겨울의 끝자락 해가 그리운 사람들에겐 봄의 기운이 그저 만병통치 약이다. 노란색 꽃이 좋은 4월이다. 모두 다 예쁘지만 노란색 꽃에게 나도 모르게 편애하는 마음을 보낸다. 아침에 눈을 떠 커피를 타며 나도 모르게 자꾸 노란색 꽃에게 굿모닝! 오늘 아침도 곱네의 편애 인사를 날린다. 저녁을 차리며 안녕! 노란색 참 예쁘네를 중얼거린다… 노란색 꽃들이 참 좋다….오랜만에…. 티비 속으로 몸을 밀어 넣을 뻔했다…. 한 시대에 살고 있어서…. 내 소중했던 시간 속에 분명 살아 계셔 줘서 좋은 사람들을 떼로 볼 수 있어… 오랜만에 ..
사실은 맥주 때문이었다. Texel에 관심이 갔던 이유가 말이다. 2022년 2월 14일 발렌타인스 데이에 나 홀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아이의 학교와 살집을 구하러 홀로 그렇게 들어왔다. 막막한 상황에 연속되게 묻고 미뤄지는 답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숙소(베비라쿠아씨 회사에서 내어준 첫 숙소가 그냥 지금 우리가 사는 집이 되었다) 근처 맥주 한잔 하러 들어간 맥주집에서 처음 마시게 된 맥주가 테슬스(texels 맥주는 테슬스, 섬은 테슬이다)맥주였다. 돈을 내며 맥주가 정말 맛있다고 당신이 추천해 준 맥주 정말 최고였다고 말했다가…. 직원에게 30여 분간 잡혀(?) 테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직원은 테슬 맥주 공장 견학과 시음도 가능하니 혹시 테슬섬에 가게 되면 꼭 들려보라고 권했다. htt..
외국어를 구사하며 발음 때문에 주눅이 들 때가 있다. 정확하게 발음하고 싶어 애를 쓰고 긴장할 때가 많다. 아마도 시작은 이탈리아어를 처음 배워 사용하며 발음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된 시기부터 인 듯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쑥스러움의 극치… 거울까지 보며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발음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연습했었다. 내 시댁 식구들은 늘 그런 나를 칭찬해 줬다. 베비라쿠아씨는 내가 틀리게 발음해도, 문법적으로 오류가 있어도 고쳐주거나 ‘그게 아니고’로 시작되는 대화 끊음을 시도한 적이 없다. 이러한 도움과 응원은 기를 살려주는 격려, 자신감이 생기는 원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애쓰고 노력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 아이러니다. 그저 성격 탓을 해본다. 러시아어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되..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반정도 거리면 북쪽 끝자락 항구도시 덴 핼더(Den Helder)에 도착한다. 우리가 일주일간 숙소를 잡은 곳은 덴 핼더 시의 작은 마을 하우스다우넌(Huisduinen)이었다. 구글로 검색하여 본 사진 속 마을보다 10배는 예뻤다. 일주일간 자전거를 빌려 마을을 둘러보는 것은 기본이고 항구 도시 덴 핼더를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날씨가 험했던 한 이틀을 제외하고 날은 추웠지만 봄의 기운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해가 반짝이는 날들, 3월의 초입 항구도시의 풍경은 꽤 장관이었다.세레나도 나도 자전거 타기에 몸이 고되어 시체같이 잠드는 날을 맞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풍경이 좋으니 몸이 고된다는 것을 뇌가 늦게 인지한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 세계일주를 한다는 사람..
네덜란드는 아이들의 방학이 많다. 대체 학교는 언제 가고 수업일수를 채우기는 하나 싶을 만큼 많다. 돌이켜보니 벨라루스도 러시아도 그랬던 거 같다. 아이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서는 사립학교를 다녔다. 몇 달 걸러 있던 일주일 방학 기간은 학교에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계획하니 다른 일정이 없는 아이들은 그냥 학교를 갔다. 네덜란드에서는 공립학교를 다니니 얄짤없는 내 책임이다. 사실… 앞이 캄캄하다… 그렇지만 ‘여행’이라는 일정을 잡아 내 책임 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한다. 그럴 수 없는 이들이 더 많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불만과 불평… 그 고민과 고뇌가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일수도 있음을… 늘 마음에 새기려 노력한다. 마음이 복잡하면 호수가 생각난다. 요즘은 호수보다 바다..
세레나의 학급 ‘newcomers group’. 다양한 국적의 non dutch speaking 아이들이 국립 초등학교 일반 학급으로 가기 전 언어를 기반으로 한 초등 과정을 일 년에 거쳐 이수하는 학급이다. 지난 4월에 시작된 과정이 어느덧 10개월이나 흘렀다. 여름방학 및 중간중간 참으로 많기도 한 단기 방학들을 제외하더라도 아이는 6개월의 시간 동안 네덜란드어로 익히는 newcomers group의 여러 과정을 거쳤다. 2월 한 달간은 평가 기간이었다. 내가 아이를 대신하여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나 역시 아이의 학부모로 애쓴 시간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꽤 긴장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지난주 목요일 상담시간, 담임선생님은 혹 원한다면 바로 일반 학급으로의 전환도 가..
바로크 음악은 17, 18세기의 유럽 음악을 말한다. 원래 바로크란 17-18세기의 미술 양식을 말하는 것이었으나 일반적으로 1600년경부터 1750년경의 음악에 대해서도 이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르네상스 음악의 다음 시대이며 갈랑 양식이라는 잠깐의 과도기를 거친 뒤 고전주의 음악이 이어진다. 바로크는 원래 포르투갈어로 ‘찌그러진 진주’라는 의미인데 철학 용어를 거쳐 현재의 용법에 이르렀다. 리코더(영어: Recorder, 독일어: Blockflöte)는 넓은 뜻의 플루트족(族)에 속하는 세로로 부는 것으로서, 리드가 없는 관악기이자 내부 덕트 플루트(internal duct flutes)라고 불리는 그룹의 목관악기이다. 리코더는 처음엔 3, 4개의 구멍으로 연주하였으나 후세에 들면서 구멍 수가 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