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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3/01 (2)
La vita è bella
모스크바와 민스크에서 보낸 지난 십 년의 겨울. 길었다. 추웠다. 힘들었다.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이라는 낭만 단어는 내 부정적인 감정의 기억을 왜곡시킨다. 모스크바와 민스크의 겨울은 하얀 세상, 눈으로 덮인 동화 속 마을이었다. 아이는 걸음마를 떼며 스케이트와 눈썰매를 탔고 아빠와 얼음낚시를 했다. 시베리아와 알타이의 겨울 장관, 그 자연의 아름다움에 베비라쿠아씨 부부는 할 말을 잊었고 아이는 눈밭을 뒹구르는 가장 재미진 놀이를 참 좋아했다. 얼음이라는 투명한 결정체로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추위였지만 그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그저 모든 것이 재미졌다. 하지만 고달팠던 긴 겨울, 그 중심에는 분명 추억을 공유했던, 함께 욕하고 함께 좋아하고 함께 시간을 나누었던 친구들이 그리고 가족이 있었..
아이를 키우며 함께 성장한다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나처럼 철은 늦게 들고 생각은 많고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느린, 감성선이 꽤나 오락가락한 부류는 아이에게 읽히고 싶어 집어든 어린이 도서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는 경험을 종종.. 아니다… 자주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 치과 치료에 들어간 베비라쿠아씨를 기다리려 서점에 들렀다. 세레나에게 선물하면 좋겠네..라는 마음으로 집어든 책을 펼쳐… 선자리에서 홀로 다 읽어 버렸다. 뜻이 분명하지 않았던, 몰랐던 단어가 너무 많아 사전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열정까지 보였으니 세레나에게 선물은 핑계고 내가 읽어야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나는 감정을 너무 내보이지 않는 것이 착한 어린이, 괜찮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바른 길이라는 사회적 혹은 밥상머리 가정교육의 분위기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