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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Russia

сосулька

벨라줌마 2018. 11. 25. 15:05

2018/02/03 16:11

сосулька

러시아 어로 고드름은 싸술까(сосулька) 다. 요즘 세레나 덕분에 자발적 공부보다는 강제적(?) 러시아어 공부 모드다. 그래봐야 단어 하나를 머리에 넣기 위해, 세레나의 작은 입을 통해 전달되는 수백번의 반복청취 그리고 콩알만한 세레나 선생의 '엄마! 잘 생각해봐! 엄마 알고 있거든?' '에휴...... 고드름은 빠루스끼(러시아어)로, 따라해봐! 싸. 술. 까!!!!!라고!! 또 까먹었어?'........등의 구박(?)을 들어야 하는 처량한 신세지만...... 그래도 유치원 등하교길 세레나 선생의 참을성 있는 가르침 덕에...... 한바탕 큰 소리를 내어, 크게 웃고 있는 나를 만.난.다.

기온이 내려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시기가 와버렸다. 예상하지 못한 계절.... 그 시간은 아니지만..... 춥다.......그리고 위험하다.......

요즘은 아파트 건물옆 길가를 걷는 것에 조심스러움이 배가 된다. 고드름때문이다. 차도와 인도의 모호한 경계는 도넘은 불안감으로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 걷는 중에 경적이라도 울리는 차량을 만나면........ 차를 세워 운전석 문을 열고 '대체 당신이 경적을 울리면 나랑 아이는 어디로 걸어가라는 소립니까? 저 위에 뽀족뽀족하게 달려있는 고드름이 당신 눈에는 보이지 않나요? 얼어붙은 바닥의 얼음길이 안보이나요? 대체 왜!왜!왜! 경적을 울리는 겁니까?' 라고 호통이라도 치고 싶다........ 싶다로 끝나버리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날때가 더 많은 상황과 마주하지만....... 속시원하게, 조목 조목 논리적으로 반문할 수 없는, 공격할 수 없는 내 러시아어 실력 때문에 난 그냥 참. 는. 다.

매일 매일 꽁꽁 얼어붙은 바닥의 얼음을 깨는 일........ 아침이면 또 다시 수북하게 쌓이는 눈을 치우는 일에 온 어깨와 팔의 근육을 써야하는 이들이 있다. 고맙고 고마운 분들이다. 이제는 낯익은 얼굴도 많은 덕에 세레나의 유치원 등교길 아침이면 눈인사를 주고 받는다. 가끔씩 세레나가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의 아침인사를 건네면 수줍은 얼굴......그저 웃음으로 답하는 아직 젊고 젊은 청년들이다.

그들이 저 건물위에 위험하게 달려있는 고드름을 모를리 없다..... 그래도 고드름을 떼어내는 일보다 바닥에 얼어붙은 얼음을 깨는 일이 우선시 된다.........

우리의 목은 하늘을 쳐다보는 것보다 땅을 주시하게 되는 행동이 더 쉽도록 구조되어 있다......... 목의 구조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저 바닥을 보며 그 바닥위의 위험한 혹은 지저분한 것을 피해 간다......

하지만 저 예쁘게 생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장난감으로도 활용되는 고드름....... 저 높은 곳에 단단해 뵈지만 떨어질 위험성을 크게 안고 달려있는 뾰족한 고드름은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무기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기온이 서서히... 천천히..... 내려가........ 뾰족한 고드름이 천천히 녹아..... 자연스레 없어지기를 바란다........ 위험한 지붕위에 누군가 총대를 메고 올라 쳐내는 작업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서서히 내려가는 기온과...... 따뜻한 햇살의 도움으로 천천히 녹아 내리는 고드름..... 뾰족한 고드름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그 물방울을 보고싶다. 시간이 걸릴 것이 자명하지만..... 얼어붙은 그 얼음이 녹아 뚝뚝 떨어지는 물.... 그 결정체를 볼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PS. 서지현 검사께...... 모스크바의 한 작은 동네.... 아파트 건물위에 매달려 있는 고드름 사진과 함께....... 밤에 찍은....눈 꽃이 열린 나무가지의 사진을 보내고 싶다. 따뜻한 색감의 사랑스러운 꽃송이 수북하게 담긴 바구니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지만 현실상 조금 어려운 내 상황.....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가장 크게 전할 수 있는 내 마음의 피사체를 보내고 싶다.

우리 엄마가 산고의 고통을 이겨내고 세상을 볼 수 있게 나를 낳아준 날...... 딸로 태어난 날....바로 그 날.......나 역시 산고의 고통을 이겨내고 세상으로 내놓은 내 딸아이 세레나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검사님이 내 고국에 있어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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