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Russia2018. 11. 18. 15:34

2016/12/22 16:07

State Budgetary Healthcare Institution Children's hospital No. 9 named after G.N Speranskiy of the Moscow Health Department.

모스크바 시립 아동병원, 끝없이 긴 이 이름의 병원에서 세레나는 치료를 받았다. 시립 병원의 응급실, 시립 병원의 신경외과 아동 병동은........ 그다지 쾌적한 공간은 아니였다. 병원이라는 공간과 '쾌적한' 이라는 형용사가 어울릴 수 없는 관계임은 알지만...... 현 시국을 보고 있노라면 병원이라는 곳도.... 돈, 명예와 함께라면.... 오성급 칠성급 호텔과도 맞먹을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단지 그 쾌적함이라는 단어가.... 정말 몸이 아파 오는 사람들을 위해 특히......아이들이 있는 아동병원에 어울리는 단어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또 이렇게...이상에 젖는다....

러시아에 살고 있는 혹은 살아 본 사람 중, 국립 병원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러시아 현지 병원은 마치 포로 수용소를 연상 시킨다 폄하 하기도 하고, 노후된 시설과 위생적이지 못해 보이는 외부 시설에 고개가 저절로 흔들어 졌다고.... 유쾌하지 못했던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는 비단 이방인들만의 의견은 아니다. 세레나의 신경외과 아동 병실이 정해졌다 소식을 전하기가 무섭게 내 현지인 친구 나타샤와 타냐는 동시에 같은 문자를 보내왔다. "Are you really sure to stay there?" 얼굴 한 번 본적없는(지난 세레나의 생일날 둘은 처음 조우했다) 나타샤와 타냐가 1-2분 간격으로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보내온 문자를 읽다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타샤와 타냐가 가장 걱정 했던 부분은..... 낙후된 시설은 아니였다..... 실력 없는 의사들도 아니였다(솔직하게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러시아의 의학, 의료진은 매우 우수하다). 친구들이 걱정 한 것은 러시아어를 못하는 외국인을 대하는 구 소련 스타일의 의사들과 구 소련 스타일의 치료 시스템이었다. 단적인 예로, 세레나가 응급실로 들어가 응급 치료를 받고 3시간 만에 처음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시간 정도의 면회 시간을 준 뒤, 그야말로.... 우리는 병원에서 쫓겨 났다....... 8시 이후 응급실 문은 굳게 닫히고, 8시 이후 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를 제외한 인원은 병동 밖으로 퇴장된다. 이것이 그들의 규칙이고 규율이며 그것을 깰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일 아침 10시 아이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때 일반 병실로 옮겨질 지 응급실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 지 알려 주겠습니다." 이 차갑고도 시린 답변을 듣고 응급실 밖으로 나왔었다.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운전을 한 세레나의 아빠와 엄마는 온전하지 못한 정신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온 직후 세레나 방으로 들어가 세레나의 침대에 머리를 박고 통곡을 하는 세레나 아빠의 뒷 모습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내 온 몸의 감각이 내 온 몸의 세포가 가르쳤다....... 그렇게 혹독하게.....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또 한 번 그렇게 배웠다.

세레나가 치료를 받은 그 11일간..... 우리 부부는 우리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러시아어를 못하는 외국인 부부 거기에 부인과 남편의 국적이 다른 특이 사항....에 특별한 혜택도 하등의 차별도 없었다. 우리는 그저 12개의 병실이 촘촘하게 붙어 있는 신경외과 아동 병동 3층, 그 곳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지만...... 우리는 그 곳에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

우리...러시아어 못하는 외국인인데....우리 아이가 아픈데.... 하는 심정에 나 좀 특별하게 대해줘요...라고 갈구의 눈빛을 아무리 보내도.... 초지일관... 같은 음성, 같은 태도로 나를 대하는 그들에게.....나는 진심으로....크나큰 위로를 받았다.

모스크바 스페란스키 시립 아동 병원의 모든 의료진은.... 원칙을 지켰다..... 그리고 그 원칙은 아픈 아이들의 눈빛 앞에서만... 무참히 깨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크나큰 위로를 받았다....

지난 19일 월요일, 세레나의 퇴원 후, 첫 재검 날이었다. 재검 날짜를 전달 받은 3주 전.... 온 몸에 시한폭탄이 하나 둘 들러 붙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주 내내.... 그저 어느 부위든 누르면 터져요....의 상황에 까지 내몰리게 되더니..... 토요일: 누르면 짜증이 발사 됩니다.... 일요일: 안눌러도 화의 공격이 가해집니다..... 그리고 월요일:.....은 급기야 인사말만 들어도 눈물이 쏟아져요.....의 상태에 도달했다.

세레나는 뇌파 검사를 마치고 결과물을 받아 뇌파 검사실 당일 담당 의사의 진단을 듣고.... 세레나가 10일간 머문 신경외과 병동..... 3층 병실을 지나 복도 끝에 위치한 세레나의 담당 의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진료실에 들려.... 같은 진단을 전달 받았다.

 

"뇌파 검사 결과가 나쁘지 않습니다. 턱뼈도 잘 붙었습니다. 6개월 후 재검 날짜를 잡도록 하세요." 우리 부부에게 차갑다면 차가운 말투로 결과물을 전달한 것과는 상반되게..... 세레나 앞에 쭈구리고 앉아 아이에게 한없이 부드러운 말투로.... 안부를.... 장난을.... 대화를 건다.

내 울음보가 터지니.... 베비라쿠아씨가 위로한다. " 거봐, 전에도 말했잖아... 러시아어를 잘하는 세레나한테만 친절하다고....상처 받지말고 우리도 러시아어 공부하자!"

세레나는 다음 주 목요일, 한 차례 더 진료 과정이 남아 있다. 뇌파검사 자료를 바탕으로 조금 더 심도 있는, 신경외과 의사의 진료이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넘치는 에너지.... 매일 아침 눈을 떠 처음하는 질문......" 엄마, 나 학교 언제가? 까차도 보고싶고 율리아나도 보고싶고......." 그리고 내 가슴에 멍자국을 지워주고 있는 그 질문....." 엄마, 나 한국학교도 가고 싶은데.... 언제가? 내일이 토요일이야? 선생님도 친구들도 보고싶은데.... 이 약 다 먹으면 루스끼(러시아) 학교도 한국학교도 갈 수 있는거야?"

아이는 험난한 인생의......  중요한 스승이다.........

P.S 끝없는 정치 스캔들, 공인의 사생활 파헤치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언론, 감추고 덮기에 바쁜  각자의 고국의 어두운 현실에 신물이 난 다국적의 친구들이 말을 건다. 오랜 시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은 좀 더 세밀화 된 질문들로, 내가 한국에서 온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혹은 지금 알게된 사람들은 압축(?)화 된 질문들로......... 내 고국인 한국의 현 사태 그리고 촛불집회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그저...... 이렇게 답한다.

한국의 좋은 드라마와 영화,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한국의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 주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다고.......

비범한 척, 특별한 척, 대단한 일을 하는 척 하는 짐승의 눈에는 한 없이 소소한, 시시한 그 수 많은 일들을 묵묵히 정직하게 수행해 내고 있는 진짜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다고.....

내 고국인 한국에는 사람을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대할 줄 아는 진짜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고...

내 보잘것 없는 답변에 친구들이 말한다....

좋. 겠. 다.

 

WallytheCat 2016/12/25 06:17 R X
그 동안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가네요. 당연히 괜찮으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의사쌤이 검사결과로 괜찮다는 확인을 해주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좋은 성탄절 선물이 되었으리라 믿어요. 새해에는 좋은 일만 많이 있기를 바랄게요. 화이팅~이요!
벨라줌마 2016/12/27 01:12 X
네 왈리님. 이번 성탄절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진짜로 찾아와 준거 같아요 ^^ 왈리님도 행복한 성탄절 보내셨길요! 감사합니다!
알퐁 2016/12/25 14:29 R X
괜찮을 줄 알고 있었지만 글을 읽는데 두 부모의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느껴져서 눈물이 나서 빨리 읽지 못했네요. 이제 마음 놓고 푹 쉬시길 ... 메리 크리스마스!
벨라줌마 2016/12/27 01:13 X
알퐁님. 늘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샤프 2016/12/25 23:33 R X
아이가 학교건물에서 추락 했다는 글을 보고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도 다행으로 후유증은 없는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만,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아팟을까를 생각하니 제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벨라줌마 2016/12/27 01:22 X
샤프님, 걱정 하시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또 그 시간에서 배우고 뉘우치고 얻는 것도 많아요.... 다만 아이가 겪지 않아도 될 사고를 겪은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 많이 많이 울었습니다.
제가 아이의 사고를..... 제 블로그 공개 일기장에 써내려간 이유는.... 훗날... 아이가 커가며.... 부모의 입장에서 세속적인 욕심이 생길때....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으라고.... 아이가 아팠을때... 네가 진정 원하고 기도한 것이 무엇이었냐고 스스로에게 되묻기 위함이에요. 그러니 샤프님, 너무 답답한 마음.. 오래 가슴에 담아두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세레나는 전과 다름없이 잘 놀고 잘 웃고 잘먹으며 쑥쑥 잘 커나가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 한자락 내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제비 2016/12/31 13:46 R X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마음.. 생각만 해도 미칠 것 같네요 ㅠ
원칙과 신뢰는 뗄 수 없는 관계..
모스크바 시립 아동 병원에 믿음이 팍 가네요
벨라님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기를 바랍니다^^
벨라줌마 2017/03/17 18:26 X
제 마음이 많이 가벼워지고 있는 이유 중 믿음과 신뢰가 가는 모스크바 시립 아동 병원덕이 사실 꽤 크게 차지 합니다. 다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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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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