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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a is serenity or siren.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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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a is serenity or siren.

벨라줌마 2019. 11. 27. 08:16

серена / Serena

대부분의 예비 부모가 그렇듯 우리 부부도 태중 아이의 이름으로 무엇이 좋을까를 꽤나 진중히 고민했었다. 즐거운 고민이기도 했지만 이름의 의미가 태어 날 아이의 품성 그리고 성장기 속 삶의 원동력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를 생각하면 심각한 고민이 되기도 했다. 우연히 서점을 갔다가 유아/ 아동 부서에서 발견한 이탈리안 (사람)이름과 그 이름의 의미를 담은 모음집을 발견하고 구매한 후 열독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이탈리아에도 우리 같은 심정의 예비 부모가 한 둘은 아니테니 발간 된 책이지 싶다. 꽤 두꺼웠던 책이였는데 매일 밤, 페이지를 넘겨가며 행복한 고민에 조잘 거렸던 우리 부부의 시간이 생각 난다. 여러 이름이 거론 되었었지만 우리의 선택은 Serena 였다.

세레나의 여성형 명사의 의미는 '일몰 후 구름없는 하늘에서 아주 가늘게 내리는 비'라는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선택한 세레나의 의미는 일반 형용사 세레노(sereno): (하늘이)구름 한 점 없이 고요한, 맑은 의 여성형이다. 여럿의 것 중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우리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제일은 어쩌면 '평온'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 이름의 의미를 영어로 설명할때면 주저 없이 Serenity를 쓴다. 가끔 세레나데(serenade)를 연상하며 노래와 관련 있는 의미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그럴수도 있겠는데? 라며 그저 기분 좋게 웃어 넘길 수 있는, 대화를 이어갈 소재의 한 토막이 되었었다. 그런데 요즘 구름 한 점 없이 고요한, 평온한의 의미와는 완전히 상반된 의미로 사용되는 아이의 이름 때문에 웃픈날이 종종 있다. 세레나를 러시아어로 쓰면 серена. 이곳의 사람들에게 쓰여진 이름을 눈으로 읽지 않고 그저 말소리로 들려지는 이름을 들으면 시레나(сирена). .로 들리게 되는가 보다.

사실 세레나라는 외국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언어권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 이름이 그들에게 친숙한 단어 시레나로 들릴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문제는 시레나는 러시아어로 사이렌 이라는 사실이다.

사이렌: 신호나 경보따위를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내는 장치.

이것을 알게 된건 지난 해, 모스크바 학교에 입학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돌아온 아이가 '엄마, 이고르(Igor)가 자꾸 나한테 삐뽀삐뽀라고 불러. 왜그러는 거야? 내 이름이 엠불란스야?"를 전했다. 처음에는 나도 이유를 몰랐다. 그 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 그 지난 5년간, 수 많은 러시안 친구들과 그 친구들의 엄마들을 만났지만 난 한번도 들은적이 없는 이야기 였기 때문이다. 이고르의 엄마인 크세니야를 우연히 만나 연유를 물으니 내용을 알려준다. 솔직히 나는 당시 가히 충.격.적 이었다. 이건 달라도 너무 다른 반대의 의미를 지닌 단어라는 사실에 말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이 내용을 수면위로 끄집어 올린, 삐뽀삐뽀를 외치던 장난기 가득한 장난꾸러기 이고르는 세레나의 같은 반 친한 동무로 한 해를 다툼없이 잘 지내며 우정을 쌓았다. 본래 의미의 이탈리아어 단어인 세레나를 아들에게 시간들여 설명해준 이고르의 엄마 크세니아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고르에서 끝날 줄 알았던 헤프닝은 민스크의 한 학교에 입학한 세레나에게 시작된 헤프닝이 된다. 학년이 높은 남학생들은 세레나를 '시레나'라 부르며 삐뽀 삐뽀를 외치고 있다. 나는 웃음이 나지만..... 당사자인 세레나는 속이 많이 상하는가 보다. 하루는 '엄마! 난 내이름 싫어. 너무 안이뻐!' 라 말하고, 또 어느 하루는 '엄마! 나 이름 바꿔줘. 애들이 자꾸 삐뽀삐뽀(비요비요)라고 말하면서 뛰어가!' 그리고 또 어느 다른 하루는 '엄마! 내이름 이제 '안나'야. 세레나 아니고 이제 안나라고 부를래!' 라고 말한다. 

"세레나! 네 이름이 얼마나 예쁘고 좋은 뜻인지 아니? 니 이름을 선택하기까지 엄마 아빠가 얼마나 많이 생각했는데...... 엠불란스 소리를 내며 세레나를 속상하게 하는 친구들한테 세레나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 세레나는 아주아주 예쁜 이름이라고"

"아 어떻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 나 자꾸 화가 나는데!"

"화가 나는데 친절해 질 수는 없지........ 그래 니 말이 참 맞다...... 그럼 이렇게 말해. 야! 니네들 '세레나'가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는 얼마나 예쁜 이름인지 모르지? 세레나는 이탈리아 이름이야! 니네 이탈리아 말 모르지? 그럼 영어로 알려줄께 세레나는 영어로 세레니티야. 세레니티가 무슨 뜻인지 모르면 이따 영어 시간에 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봐! 그리고 영어 세레니티는 러시아어 시레나와 얼마나 다른건지 공부해!" 

 

어제 하교길에 세레나가 말했다.

"엄마! 나 오늘 또 삐뽀삐뽀 라고 말하는 애들한테 이렇게 말했어. 야! 세레나는 이탈리아 이름이야! 내 이름이 이탈리아에서 한국에서 얼마나 예쁜 이름인지 니네 모르지? 니네 자꾸 그러면 바보인거야!

"잘했어. 근데..... 꼭 바보라는 말을 해야하는거야?"

"엄마가 똑같은 말을 계속 계속 하게 만드는 사람은 바보라고 했잖아. 똑같은 말을 계속하게 만드니까. 나 벌써 열번도 더 말했어. 그러니까 걔네는 바보 맞는거잖아!"

"..............."

민스크는 어제부터 눈이 내린다. 오늘아침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 베란다 창밖으로 보이는, 세레나의 방 창밖으로 보이는 하얀세상을 바라보며 아이와의 대화를 떠올린다. 내 하루의 일상에 소소하게 일어나는 서운함들이 떠오른다. 화가나니 친절해 질 수 없다는 아이의 말은 틀린말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큰일도 아닌 사소한 일에 화가나는 나를 어째야 하는 것인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는건가....... 나는 왜 사소한 것에 오해를 하고 분노를 하게 되는 걸까. 화가 난 마음을 품은 내 행동은 아이에게 어떻게 흘러들어가게 될까..........

평. 정. 심을 찾고 싶다.........

아이의 이름이 오늘의 나에게 평온이 아닌 먹먹함을 주게 될 줄....... 이탈리안 이름 모음집을 열심히 정독하던 7년 5개월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 새로 뜯어 사용하는 기간이 2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구멍이 나버리는 고무장갑에게 화를 냈다. 고무장갑에게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육두문자를 날리며 이거이거 벨라루스에서 만든거 아니야? 라며 오명을 덮어씌우게 될 줄 3개월 전에는 예상 못했다.

나도 세레나도 베비라쿠아씨도........ 적응의 시간...... 각자도생을 위한 각개전투식 실전 모드 ON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