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Russia2019. 2. 1. 07:25

Taekwondo / Тхэгвондо

별다른 일정이 없는 일요일 아침, 세탁되어 잘 마른 아이의 태권도복을 다림질 했다. 내 형편없는 다림질 실력이 각을 세워 폼이 나게 입을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상황은 아니지만, 어찌되었던 다려진 새 하얀 도복을 입은 아이의 몸가짐은 그저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수업에 임하는 것보단 무엇인가 더 의미가 부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최선을 다해본다...... 최선을 다하고 나니 보여지는 결과를 기대한다. 일요일 아침, 그저 잠옷차림으로 잘 놀고 있는 아이에게 태권도복을 입게 한다..... 극성스러운 엄마의 표본이다......

세레나의 초등학교 입학 전, 학교를 둘러보다 태권도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 3층 체육관 한 벽면에 걸려있는 한국어 '태권도'라는 글자가 써진 나무판자를 보고 우리 아이가 이 곳에서 잘 적응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날렸다. 나에게 한글이 주는 어마무시한 위력이다....... 베비라쿠아씨의 흥분 모드가 한 몫을 단단히 했음도 물론 밝혀야 한다. 그에게 무엇이 되었한국과 관련된 것은 흥분 모드 상태로의 전환이 된다는 것........ 나에게 참으로 큰 복이다. 지난 9월 모스크바의 한 러시아 사립초등학교에 세레나가 입학을 하고 근 3개월간 태권도 수업과 관련된 우리 가족의 의견 다툼이 끊이지를 않았다. 세레나는 첫 태권도 수업을 한 날, 집으로 돌아와 이제 태권도 수업에 가지 않겠다 선언을 했다. 이유는 태권도 수업에 들어온 여학생은 자신 한 명뿐이라는 것이다........

영국과 북유럽 수업 과정을 모토로 삼는다는 세레나의 학교... 하지만 여자와 남자의 구분을 명확하게 긋는 것은 러시아식 인 것일까...... 일주일에 두번 체육 수업 시간, 동시간에 여학생들을 위한 리듬체조 수업과 남학생들을 위한 태권도 수업을 진행한다. 또 다른 두번의 수업 시간은 발레 수업과 브레이크 댄스 수업으로 남과 여를 또 가른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체조와 발레 수업은 여학생을 위한, 태권도와 브레이크 댄스는 남학생들을 위한 수업임에 의심하지 않는다. 또래 집단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세레나에게 반의 모든 여학생들이 가는 발레와 체조 수업은 수업 내용과는 무관하게 집단 행동의 자연스러움으로 인식이 되어간다. 거기에서 특이 행동을 보이는 것은 이상 행동으로 인지된다. 참으로 무서운 인간의 본성이다.

아이를 설득 시키는데 3개월이 걸렸다. 베비라쿠아씨는 설득보다는 윽박을 선택했다. 윽박이 쉽고 설득이 어려운 이유는 시간과의 싸움, 그 참을성, 그 인내라는 고난의 길에 종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레나는 윽박 앞에 투쟁의 의지를 불태웠고 종용앞에 회유 의사를 내비쳤다.

리스마스 새해 연휴, 겨울방학을 마치고 돌아간 학교, 현재까지 2주, 4번의 태권도 수업, 홍일점의 세레나가 있다. 또 어느 순간 집에 돌아와 '엄마! 나 태권도 수업 안갈래!'를 말하여 내 화가 점화 될지 모를 일이다. 윽박이라는 쉬운 길에 슬그머니 발을 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 눈꼽도 떼지 않은 민낯, 까치머리 스타일링의 일요일 아침 부녀의 모닝 대련 사진은 날 웃게 만든다.

모스크바에서 태권도의 인기를 실감한다. 한국식 가라떼(코리안 가라떼)라는 부가 설명 없이 그저 태권도 라는 단어만으로 '알아 알아'의 반응을 보이는 상대들을 보며 알수 없는 마음의 동요가 인다.

스포츠 백과에 명시된 '태권도'의 내용 중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

태권도는 어떤 무기의 사용도 없이 인체를 사용하지만 일편필승의 가공할 공격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태권도는 방어를 우선하는 기술 습득 원리를 강조한다. 이는 평화와 공정성을 존중하는 태권도의 정신적 기반에서 비롯한다. 이를 통해 태권도는 배우는 이가 수련의 목적을 결코 남을 공격해서 제압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 극복의 고결한 태도에 두도록 만든다.

교육적 수단으로서의 태권도는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가치관과 애국심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재료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자아완성에의 의지를 실천하도록 안내한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서 태권도 수련자는 평화 지향적인 기술 체득 원리를 이해하며 빈번하고 반복적인 예절 교육을 통해 자칫 빠지기 쉬운 자기 중심적 삶을 뛰어넘어 인간 생활에의 광범위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인간 생활에서의 덕목들이 교육으로서 태권도가 추구하는 바이며 바로 이점이 태권도의 무도적 가치관이다.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좋은 말 투성이다.

어떻게 태권도를 학교 운동과목으로 선택하게 되었냐는 내 질문에 교장 선생님이 대답했다.

"교육으로서의 태권도가 훌륭하니까요"

러시아 학교, 러시아인 교장 선생님의 이 대답에,

대표적인 한민족 고유의 무술로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투기 스포츠이자 대한민국의 국기이며 현재 세계 약 900만명의 유품, 단자를 배출하는 한국 전통 무예스포츠다 라는 태권도의 정의를 되새겨 읽어본다.

태권도가 갖은 품격이 대한민국의 품격으로 작용되는 양날의 검..... 

종사자들의 진지함이 필요한, 주목할 만한 문제의 대목이다.

 

웃는 내 아이가 건강한 운동으로의 태권도를 행복하게 즐기며 배워 나가기를 희망한다. 내 희망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우리의 소중한 태권도를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 이라는 밑도끝도 없이 거창한 감동의 밑자락이 아니다. 그저 내 아이가, 우리의 아이들이 흥미와 재미로 오래도록 큰탈없이 배움하기를 바라는 참으로 단순한 시각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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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용자 벨라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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