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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elia... An epilogue. 본문

Travel/Kolezhma village(Karelia Republic)

Karelia... An epilogue.

벨라줌마 2018. 12. 22. 18:41

2018/03/20 03:01

2017년 12월 31일, 늦게까지 이어진 새해 축하파티. 자정을 넘기며 세레나가 구토를 시작했다.......부모의 본능.... 아픈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멘탈은 이 순간 엄마는 무.조.건 강해져야한다는 무언의 압박 엔터키가 자동으로 눌러진다. 엄마는 여자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 라는 이 진부하고도 진부한 문장은 결코 문장 만으로의 마침표를 찍어내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 여행그룹은 노로 바이러스에 전염되었었다. 세레나는 3번째 감염확정자 였고 4번째 감염자는 세레나의 아부지 베비라쿠아씨 였다. 대략 서른명 정도의 인원 중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루의 간격을 두고 밤새 설사와 구토를 반복하던 세레나와 세레나의 아부지....... 그래도 카렐리아 백해 여행의 1월 2일 마지막 일정이었던 얼음 낚시와 숨스키 포사드 포모르 박물관 방문이 진행되었다.

베비라쿠아씨 가족..... 참으로 독. 하. 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여행 마지막 날인 1월 2일 밤 구토증상을 보였다. 간호하던 엄마, 아빠들도 설사에 고열증상이 시작되었다. 모스크바로 돌아가기 위해 새벽부터 청룡열차 봉고에 올라탄다. 도착 첫날, 아이들은 진짜 청룡열차를 탄 것 마냥 신나하며 괴성을 질렀었다. 마지막 날, 모스크바 행 기차를 타기위해 벨로몰스크 역으로 향하는 봉고차는 신난 아이들의 놀이기구 청룡열차가 아닌 환자 후송 열차가 된다.......

지난 밤, 육신을 뒤흔든 악몽의 시간은 축처진 몸.... 그 육체로 말을 대신한다. 그래도...... 표정들은 밝다.....

서로가 서로에게 웃음과 미소와 농담으로 위로를 전한다......

"You will be ok! we all will be ok!"

"Yes, I am sure it!"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들었던 우리의 리더 에우제니 그리고 그의 멋쟁이 일당들.... 작별의 아쉬움, 고마웠던 모든 순간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마음만큼 찐(?)하게 나누지 못했다. 우리 그룹 중 멘탈을 놓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상황 때문이다......

기차역으로 들어가는 길. 러시아 작, 최고 인기 만화 '마샤와 곰(Mahsa and the bear)' 에 나오는 구급차가 보인다. 세레나의 엄마, 아빠인 베비라쿠아씨 부부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직업이 치료진인 늑대 두마리의 본부....... 세레나 보다 더 좋아하며 항상 함께 보는 만화 영화..... 내 눈에는 마샤도 곰도 주인공이 아니다.  늘 내 관점의 주인공은 늑대 두마리다. 이런걸 두고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졌다고 하는 것이다....... 여하튼 팬심가득으로 주연과 조연도 바꿔버리는 나...... 내 최고 사랑인 그 늑대들의 구급차를 실제로 보니 갑자기 빵하니 웃음이 터진다..... 인생.... 정말 별거 없다는 진리는 이 시간 하필 이 순간...... 또 이렇게 전해진다...... 겨우.... 만화속 등장 인물도 아닌.....등장 배경 속 피사체를 통해서 말이다......

엄마이고 아내인 나는...... 세레나와 세레나의 아부지가 더이상 구토와 설사를 하지 않고 정상 체온을 유지하게 되었음을 확인 한 후....... 노로 바이러스의 모든 증상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돌아오는 기차 안, 24시간을 꼬박..... 마샤와 곰의 의료진 늑대 두마리를 애타게 찾았다.

3, January 2018. The Belomorsk railway station.

At 11:28,  Train No, 91 A  Belomorsk - Moscow

 

카렐리야 공화국, 백해 여행은 좋았다. 나에게 좋지 않은 기억을 준 여행지는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그런 이유가 있기에...... 도대체 네가 내어주는 마음 한자락이라는 것은 무. 한. 대.인거니? 라는 타박을 들을지언정.......

나는 오늘도 내 마음 한자락을 내어주고 왔다로 마무리를 짓는다.

카렐리야는 오랜시간 혼돈의 시간 속 역사를 써오고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이기도 하다. 핀란드인들의 시각으로 본다면 가히 참담한 심경이 된다..... '혼돈' 이라는 역사를 써나가는 것은 나무도 아니고 물도 아니며 산딸기도 아니다.

바로 인간이다.........

내 온 마음을 내어주고 온 아름다운 동카렐리야.... 백해......포모르가 살고 있는 마을.....

너에게 쌩유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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