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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60주년을 맞는 노부부 이야기 본문

Life/Italy

결혼60주년을 맞는 노부부 이야기

벨라줌마 2018. 12. 14. 17:09

2012/05/06 01:41

 

결혼 60주년.
그 기념일을 맞이하는 부부에게 결혼 60 해는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결혼 생활 60해가 불타는 사랑으로만 가득 했을까?
이제 당신하고 고만 살고 싶다고 말한적은 없을까?
하고 싶은 질문은 끝이 없었다. 하지만 케익 앞에서 웃음짓는 두 노부부를 보며.......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87세의 신랑을 보며.......
분명 계속되는 잔소리 쓴소리지만 사랑어린 그 마음을 모두 읽을 수 있게... 그 마음이 진하게도  
묻어나오는 77세 백발의 신부의 음성을 들으며....
그 어떤 질문이 과연 소용있을까 싶어졌다.

이탈리아 리구리아(Liguria) 출신의 한 청년이 해군기지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일을 시작한지 몇 해가 지나지 않아 그 기지의 한 부대가 저 먼 남쪽 끝 시칠리아로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역시 일자리 이동으로 그 부대와 함께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27살의 이 청년은 시칠리아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곳에서 만난 한 어른의 맘에 들게 되었고 그는 그보다 10살이나 어린 그 어른의 딸을 소개 받았다고 한다. 얼굴만 한 번 보았을 뿐,  그저 궁짝이 잘 맞은 그녀의 아버지와 그 청년은 그녀의 의사와는 무관한 결혼식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 곳에서 두 딸을 낳아 10년을 살았고 부대가 다시 리구리아 고향마을로 이동하게 되자 그렇게 그 역시 그의 아내와 딸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 왔다고 한다.
이 것이 내 남편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웨딩스토리이다.
그리고 2012년 4월 26일 날짜로 결혼 60주년을 맞는 오늘 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유독 외할아버지의 남다른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내 남편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의 애정이 남다르다. 양가의 할아버지를 뵌적 조차 없는 나에게 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외할아버지의 착한 성품은 그의 첫 딸인 내 남편의 어머니에게 이어졌고 그 성품은 그녀의 아들인 내 남편이 받았다. 그에 반에 깐깐하고 매사에 정확한 외할머니는 빈틈없는 해군의 성정이 매우 잘 어울리는 그녀의 사위와 늘 궁짝이 잘 맞고, 다들 대 놓고 말들은 안해도 내가 외할머니, 그의 사위인 내 시아버지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무언의 동조를 하시는 듯 하다.

2006년 여름, 첫 직장 생활에 유독 시달리던 내가 끝내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탈리아에 있는 그를 보러 길지 않은 여행길에 올랐었다. 본지 1년 사이 삶에 많이도 찌들어 보이는 듯한 나를 데리고 그는 그의 외가로 향했다. 긴 기차여정을 지나 도착한 리구리아주 Porto Venere 라는 작은 어촌마을은 그 지난 1년간 지독하게도 상처받은 내 마음을 치유하기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곳 이었다.
이 세상의 많은 외가집이 그렇듯, 그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생소한 외모의 말도 통하지 않는 손자의 여자친구에게 온 마음을 온 정성을 주셨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그의 가족을 부르는 호칭을 그가 그들을 부르는 그대로 부른다.
할머니(nanna), 할아버지(nonno), 아빠( papà), 엄마(mamma), 이모(zia), 이모부(zio)
서양에서 흔하지 않은 일을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의 가족이 네 가족이 될 수는 없다고, 이 세상에 엄마 아빠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너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네 부모뿐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이들에게 나는 대답한다.
이 세상에는 될 수 없는 일도, 될 수 있는 일도 모두 있다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이탈리아인들에게 나는 또 덭붙인다.
마음을 나누는 것은 될수 없는 일도 될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나에게 그 소중한 마음 한자락 내어준 그의 가족이 곧 내 가족이라고.... .

Nonna, Nonno! Happy 60th wedding anniversary!
Tanti  tanti  auguri!

결혼 60주년 기념 기념품을 선물로 준비했다. 엄마에게는 딸이 있어야 함을 그날 나는 또 한번 알게 되었다. 이미 한달전에 두 자매가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 축하 준비를 위해 어찌나 발품을 팔고 다니셨는지..... 나와 내 남편은 조금 닭살스러운 커플 머그잔을 선물했고 스테파냐는 30여점의 기념품에 일일이 손글씨 카드를 써 달았다.
할머님은 끝내 눈물을 보이셨다.....

기념품은 천사표 신랑신부 조각상. 주인공 부부와 두 딸네 부부는 큼직한 조각상이, 손주 부부와 아직 싱글인 손녀에게는 그보다 조금 작은 조각상이, 그 외 친척과 친구들에게는 그 보다 조금 더 작은 조각상이 선물로 돌려진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결혼, 대학 졸업, 아이출산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의미의 기념품을 주변지인들에게 선물한다.

 

 

Bacio! Bacio! Bacio!
입맞춤을 요구하는 주변의 성화에 87세의 리노는 77세의 티나의 볼에 입술을 댄다.
어색하고 쑥스러운 티나는 입을 쑥 내밀어 보인다.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우리함께 2012/05/06 09:00 R X
마음을 전하는 것에 대한 참신한 생각과 행동에 존경을 표합니다.

제게는 와인과 와인잔이 눈애 쏙 들어왔습니다.

벨라줌마 2012/05/11 17:44 X
존경이라니요.... 우리님이 사람들과 학생들과 나누는 마음이야 말로 늘 본받아야 마땅한 존경받아 마땅한 것이지요.....

와인 사랑 한가득 우리님은 이태리에 오시게 되면 아주 많이 행복해 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최고급 와인이라 자랑할 만한 와인들이 이곳에서는 우리로 치면 막걸리거든요( 옳은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그만큼 서민들이 즐겨마시는 건,강,주 라 해석해 주시길요 ^^) 이곳은 대부부분 슈퍼같은 매장에서 와인구매를 하지 않습니다. 대게 와인농장에 직접 가 사거나 와인 농사주들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 음식과 함께 시음을 한 후 구입들을 하지요. 저도 잘 모르던 시절에는 뭐 대단한 사람들이나 그렇게 구매하는거 아닐까 생각했었는데요 직접와서 보니 저희와 같은 소시민들도 쉽게 이용이 가능한 문화더라구요. 저 식당도 농장주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랍니다.
이태리 음식, 식단에 와인이 빠지는 것은 우리식단에 밥이 빠지는 것과 같아요. 제가 요즘 가장 곤역스러운 부분 중에 하나지요. 저도 와인 참 좋아하거든요 ^^
美의 女神 2012/05/06 10:32 R X
멋져요... 60 주년...
저도 30년이 넘었는데 저리 멋지게 할 수 있을려나?
백발의 외할머니도 멋지시구요 맘씨좋은 외할아버지도 좋아 보이셔요.
모두 모두 행복함이 풍겨요.
음~~~~ 시집 잘 가신겁니다. ^^
벨라줌마 2012/05/11 17:48 X
저는요 여신님 60주년이라는 단어 자체가 그저 신기해요. 60년의 세월이라는 것...그저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은 분명 아닌 듯 해서요.
당근 여신님도 저리 멋지실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ㅎㅎ
음........조금 쑥스럽지만요 저...정말 시집 잘 왔어요!!!!!하고대답드려요 헤헤헤
youngchippy 2012/05/06 10:36 R X
두분, 아직도 무척 젊고 건강해 보이십니다. 대개 윗세대가 화목하면 다음 세대도 그렇게 따라 가는게 아닌 가 싶어요. 대체로 주변을 보면 그런 느낌입니다. 사진에 벨라님 얼굴도 살짝...ㅎ..방가요~~^.^
제 막내 시고모님이 7년 전에 결혼 40주년이어서 일가친척, 지인들을 불러 리셉션을 했었지요. 대체로 어르신들은 더이상 필요한게 없으니 선물이나 이런 것을 받지는 않구요(굳이 하고싶다면 무방), 그날 와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보자는, '베풀고 감사하는' 자리를 그리 만든답니다. 아마 가족들은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지요. 저희 시어른들은 리셉션이나 파티가 싫다십니다. 저도 아직까지는 제 취향은 아니다...합니다. ^^
벨라줌마 2012/05/11 17:55 X
ㅋㅋㅋ 네 방가요! ^^
가족단위에 따라 그 행사규모가 조금씩 다른 것 아닌가 싶기도해요. 저희 시댁은 식구가 단촐하기도 하고 친척들이 먼 곳에 떨어져 사는 이유이기도 하고 뭘 성대하고 화려하게 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없는지라 조촐하지만 모인사람들이 그저 신나고 재미난 잔치를 하는 편이지요. 아마 제가 꿈꾸던 그 결혼도 제 시댁식구와 의견이 잘 맞았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너도바람 2012/05/07 17:01 R X
여전히 진행중인 60주년 노부부의 사랑, 감동적입니다.
감동의 자리를 준비하는 따님들과 손자 손녀들의 마음도 고스란히 느껴지구요. 전에는 저 세월이 올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10년도 찰나인지라(10년도 훨씬 더 된 옷을 지금도 입으니) 이젠, 저러한 시간이 있다는것이 와 닿아요.

이태리도 60년전에는 아버지가 정해주는 짝한테 시집을 갔군요. 대부를 보며 가족애의 끈끈함이 우리와 비슷하구나 하고 느꼈지만요.
벨라줌마 2012/05/11 18:04 X
이제는 저러한 시간이 있다는 것이 와 닿는 너도님이 멋지셔요.....그건 그저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와는 또 다른 것이 아닐까 싶어서요.....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껴는 건 개인의 차이가 분명 있음을 저는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 시간이거든요....

가족애의 끈끈함, 가부장적 제도하의 여인들, 모든지 다 알고봐야 한다는 관심을 가장한 집착과 관여, 사돈의 팔촌 학연, 지연으로 이어지는 모든 관계, 자신의 고장이 무조건 최고라는 지역이기주의 혹은 지역감정 고조 등등 우리와 많이 비슷하지요 하하하하 우리와 비슷한 좋은 점들은 나중에 또 열거할께요 ^^
WallytheCat 2012/05/12 00:25 R X
다복한 가족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결혼 육십 주년을 맞으신 두 분의 얼굴에 마음씨 따뜻한 분들이라고 쓰여있는 듯도 싶고요. 할머님 할아버님이 살아계신 것이 큰 복이고 말고요.

서양 풍습대로 이름을 부르는 대신, 한국식으로 호칭을 부르는 건 제게도 좋아 보이더군요. 저도 시부모님 살아계시는 동안 내내 호칭을 불러 드렸어요. 어른들의 호칭 대신 이름으로 대신하는 건 차마 제 목에 걸려 그럴 수도 없었을 걸요. ㅎㅎ
벨라줌마 2012/05/12 17:42 X
할머님 할아버님이 살아계신 것이 큰 복이라는 말씀에 매우 매우 공감합니다. 저는 언젠가 부터 다복한 3, 4,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참으로 행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말씀하신 그 호칭이라는 것을 사용하는 제 민족이 저는 참으로 좋습니다. 차마 목에 걸려 이름으로 대신하는 것이 어려우셨을 것이라는 왈리님과 비슷한 마음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그 정서가 저를 자꾸 자랑화 시키게 만들거든요. 영국에 있는 동안도 과 친구들의 부모님들께 그들의 이름을 부르지 못했어요. 저 역시 마미 대디하고 그때도 그리 불렀었지요. 저 한국여학생 참으로 이상하다하고 생각들 했었지만 왜 그러는지 설명을 듣고나면 대부분 차갑다는 그 영국인들도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라구요.......
이태리에 놀러오는 제친구들 역시 제 시댁식구들을 제가 부르는 호칭 그대로 따라 불러요, 늘 장난기 가득하신 남편의 이모부님은 우리집 가족관계가 참으로 묘하다고 농담을 하시기도하지만 싫지 않은 마음을 표현해 주시지요.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좋은 의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겠지요 ^^
어여쁜 나 2012/06/25 14:05 R X
이탈리아도 60년전에는 남녀가 얼굴한번도 못보고 시집장가를 갔다니 참 놀라운일이네요? 인도나 남아시아 중동권지역같았으면 결혼식이 끝나도 배우자의 얼굴이나 이름도 모르고 사는경우가 상당수인데...!
벨라줌마 2012/06/30 03:48 X
사실 잠시 생각을 다시금 뒤로 돌려 보면 자유연애시대가 우리삶에 자유롭게 자리잡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가장 가까이 우리나라만 보아도 양가 어른이 정해 얼굴한번 보지 못하고 시집장가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가 있으니 말이지요. 여전히 이러한 문화를 이어가고 있는 나라들도 많지요. 말씀하신대로 인도도 그렇고 아랍국가도 그렇고......요즘 맘으로 보면 조금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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